나라고 알고 있는 사람과 다른 나를 만나는 순간도 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나의 방식 안에서, 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던 뜻밖의 나와 맞닥뜨리는 것이다. 나는 여행에서 그런 순간들을 가장 좋아한다. 내가 그렸던 이방의 세계가 멋지게 펼쳐지는 것보다, 내가 예상치 못했던 순간의 저녁 바람이 불현듯 옷 속을 파고드는 것.
- 42~43p 소설가 은희경 -
난생처음 본 그 그림은 나의 어떤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추억은 언제나 기쁨과 슬픔을 함께 가지고 있다. 좋은 기억도 추억이 되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슬픔을 머금기 마련이고, 안 좋은 기억도 추억이 되면 세월의 길이만큼 아름다움을 덧입기 마련인 것이다.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부드럽게 솟아올랐다.
- 277p 뮤지션 장기하 -
여행은 낯선 세계로의 진입만은 아니다. 그리운 것들과의 재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렇게 흘러가겠지, 를 뒤집는 일은 인생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새로운 것이 발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이다. 예기치 않게 뉴욕을 그리워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발생하기도 하는 것처럼.
- 293p 소설가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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