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남아 있는 사람 - 임경선 소설 -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강인하고도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7편의 소설.
저자는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주인인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인물들을 통해 삶이란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고,
설어내느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한다.
흥미로운 것은 재활용 쓰레기를 처분하고 나서다.
어찌된 일인지 남자들은 돌연 활기를 되찾는다.
그들은 권태 가득한 얼굴로 모였지만 막상 나온 뒤에는 어떻게든 귀가 시간을 늦추려고 했다.
안정을 좇아 결혼한 뒤 호시탐탐 그로부터 빠져나올 기회를 엿보는 기혼자들의 이율배반적인 욕심이란.
결혼 생활에는 가식과 연기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진술은
그러고 보면 제법 핵심을 찌르는 발언이라고 생각했다 - 10p -
"자기가 제대로 살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누구나 돌아서 각기 마련이고.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겠지.“
그가 원만한 회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세속적인 의미에서 출세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지만 이글이글한 야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대신 양식 있는 시민으로 사는 일, 인간으로서 품위와 존엄을 유지하는 일,
종교나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일,
그리고 뱃살이 나오지 않게 관리하는 일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 205p -
* 구체적인 목적의식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썼을 뿐인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다시 읽어보니
당시의 내 생각을 일관되게 반영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고통을 품고 살아가는, 강인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인생은 그리 단순하지도, 의도대로 풀리지도 않다 보니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각자의 장소에서 필사적으로 투쟁을 벌인다. 그들은 용기 있는 선택을 내리고 스스로 상황을 움직이는가 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결기 있게 받아들여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하기도 한다.
혹은 아예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데, 이런 정직한 항복이라면 견고한 껍질을 깨고 새로이 시작하게 하는 내면의 힘을 길러줄지도 모르겠다.
- 244p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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