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 백수린 소설 -
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_박연준(시인)
언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웃으면서 박수를 치다가 입을 가렸고, 그럴 때는 수줍어 보였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들을 때면 수줍음과 거리가 먼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날 언니와 나눈 대화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던 사실을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까, 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
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 12p -
"사람에게는 각자의 자리가 있고, 각자의 역할이 있어.
거기에 만족하고 살면 그곳이 천국이야.
불만족하는 순간 증오가 생기고 폭력이 생기지.
증오와 폭력은 또다른 증오와 폭력을 낳고 말이야. 그게 우리가 지난 반년을 보내고 얻은 교훈이야 - 64p -
그는 틀림없이 욕망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어봤겠지?
불현듯 그녀는 자신이 지금껏 누구에게도 떼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일찍 철이 든 척했지만 그녀의 삶은 그저 거대한 체념에 불과했음을. -165p,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에서
오래전,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느꼈지만 사실은 아직 새파랗게 젊던 시절에 할머니는
늙는다는 게 몸과 마음이 같은 속도로 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몸이 굳는 속도에 따라 욕망이나 갈망도 퇴화하는.
하지만 할머니는 이제 알았다.
퇴화하는 것은 육체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생각을 할 때면 인간이 평생 지은 지를 벌하기 위해 신이 인간을 늙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 주지 않는 것만큼 무서운 형벌이 또 있을까?
또렷한 의식을 지닌 채 울부짖으며 여생을 살면 어떻게 하나 하는 것이었다
- 198p -
성인들의 사회는 한층 복잡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믿고 싶은 우리에게 레오니의 입을 빌려 주아가 전한다.
작은 세계가 만드는 경계선 앞에서 수줍음과 두려움을 느끼는 마음을 짐작할 수만 있다면,
정당함을 주장하고 시비를 가리려는 모든 행위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그저 자신이 그러하듯 타인 역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하는 점만 기억한다면
세계는 더 이상 좁아지지 않으리라고 말이다.
-277p- 문학평론가 황예인의 해설.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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