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가해자들 - 정소현 소설 -

아라모 2021. 11. 28. 15:53

 

가해자들 - 정소현 소설 -

실체없는 얇은 벽 너머의 가해자들

 

한 아파트 1111,1112, 1211,1011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소음과 요설을 지나 결국 자신이 이르고자 했던 것은 침묵이었다고 김수영은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소음은 처음부터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였다는 점에서,

그 타인의 무분별한 진동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이 없는 외로운 진공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 목표는 애초에 모순된 방향을 향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장과 바닥과 벽을 공유하고 사는” (136) 존재들의 공명을 그리고 있는 이 격자 구조의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료한 구획선을 흩트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시공간에 맞닿고 있는 타인의 체적과 함께 진동할 수밖에 없는

나와 그들의 얇디얇은 경계선에 대해서도 둔중한 질문을 남긴다

- 조대한, 작품해설 중에서 -

 

여자와 싸우는 동안 나는 성빈이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성빈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달래야 할 것이 아니라 윗집을 공격하는 좋은 무기일 뿐이었다. - 90p

 

가해자는 뻔뻔했고 피해자는 예민했으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는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휘둘리다 보면

서로 상대의 편을 든다고 나를 욕하고 멱살까지 잡았다 - 129p

사람들은 이 일이 누가 중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둘 중의 하나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한 번 트인 귀는 막히지 않고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으며 상한 마음과 망가진 관계는 고치기 힘들다.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당신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틀어 막았다 - 13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