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 - 정소현 소설 -
실체없는 얇은 벽 너머의 가해자들
한 아파트 1111호,1112호, 1211호,1011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될 수도 있는~~~
소음과 요설을 지나 결국 자신이 이르고자 했던 것은 침묵이었다고 김수영은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소음은 처음부터 “외로움이 만들어낸 실체도 없는 소리”였다는 점에서,
그 타인의 무분별한 진동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욕망이
실은 타인이 없는 외로운 진공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그 목표는 애초에 모순된 방향을 향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천장과 바닥과 벽을 공유하고 사는” (136쪽) 존재들의 공명을 그리고 있는 이 격자 구조의 소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명료한 구획선을 흩트려놓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시공간에 맞닿고 있는 타인의 체적과 함께 진동할 수밖에 없는
나와 그들의 얇디얇은 경계선에 대해서도 둔중한 질문을 남긴다
- 조대한, 작품해설 중에서 -
여자와 싸우는 동안 나는 성빈이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성빈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달래야 할 것이 아니라 윗집을 공격하는 좋은 무기일 뿐이었다. - 90p
가해자는 뻔뻔했고 피해자는 예민했으며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했다.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는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휘둘리다 보면
서로 상대의 편을 든다고 나를 욕하고 멱살까지 잡았다 - 129p
사람들은 이 일이 누가 중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둘 중의 하나가 떠나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
한 번 트인 귀는 막히지 않고 사람은 쉽사리 변하지 않으며 상한 마음과 망가진 관계는 고치기 힘들다.
얼른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당신들도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려다가 입을 틀어 막았다 - 1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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