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어루만지다. - 고종석 -
성은 인간의 실존에서 가장 사적인 부분에 속한다. 그러니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또는 어떤 저명인사가, 동성애자든 트랜스젠더든, 그들의 성 정체성에 대한 관심은 접는 것이 좋겠다.
성년자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제 몸을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섞든, 밴대질을 하든 비역질을 하든, 그것은 저마다의 취향이고 권리다.
꼭 특정한 종파의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단 한 번의 성행위도 하지 않은 채 삶을 마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취향 때문이든 종교적 신념 때문이든 장애 때문이든, 우리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적어도 결과적으로는, 이성애를 실천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들에게 무심하듯, 동성애자들을 무심히 대하는 것도 이성애자들의 윤리다. 성 소수자들은 성 다수자들의 찬양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무심을 바란다. 그럼으로써 세상의 증오가 확 줄어든다면, 그 무심을 실천해야 마땅하다
-155p 사적인 너무나 사적인 -
사랑을 고백하고 그 사랑이 받아들여진 뒤에야, 그 스스럼은 점차 줄어든다. 그리고 마침내 사라진다. 가슴 두근거림도, 얼굴 붉어짐도, 어눌함도 차차 잦아들어 이윽고 없어진다. 그것은 열정이 탈바꿈을 겪는다는 뜻이다. 열정은 정으로 도타워진다. 스스럼은 정다움으로 바뀐다.
처음 본 남녀가 그날로 잠자리를 같이하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양풍까지 대범히 받아들이는 요즘 젊은이들에겐, 이런 스스럼의 생리학이 너무 구닥다리로 비칠 것이다. 물론 섹스는 스스럼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섹스까지의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이 나는 불편하다. 스스럼이 정다움으로 무르익을 숙성기간을 적어도 몇 달은 거친 뒤에야, 그 정다움이 겨워서, 혹은 격해져, 살갗을 부비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순정의 목마름이 생겨난 순간에야,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176p 스스럼 청춘의 순정.. 노년의 기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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