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임경선 에세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태도’란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재산이다.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삶의 태도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 태도들의 틀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 7p -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더 했다고 손해 봤다고 억울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반대의 경우로도 인생의 많은 날들을 채우게 될 테니까. 서로의 노고를 고마워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걸로 경시하지 않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많은 것들은 사랑으로 함께해나갈 수 있다. 악처를 연기할 필요도, 현모양처로 무리할 필요도 없다. 인간적인 공정함과 낭만적인 관대함을 최선을 다해 양립해나가고 싶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 89-90p 현실생활에서의 평등 中 -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항간에서는 예찬하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나른한 것이 아니라 자기규율이 바탕이 된 일을 제대로 하고 난 다음에 누리는 여유가 아닐까. 나는 살아가면서 내가 좀 나아질 수 있다면, 내가 나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을 필요로 한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생생히 살아서 숨 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 나가는 일, 건전한 욕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소중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 -169p 나를 쉽게 위로하지 않을 것 -
자유라는 말은 흔하게 거론되지만 알고 보면 가장 가지기 힘든, 더없이 큰 호사다.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내가 나다울 수 있는 용기의 구현과 그를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하는 것. 아무렴. 자유를 얻으려면 그 대가를 철저하게 치러야 한다. 그것도 100의 대가를 치르고 100의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고, 100의 대가를 치르고 1의 자유를 겨우 얻을 거라고 조금은 야박하게 말해본다. 책에는 넣지 않았지만, 사람의 태도 중 내심 많이 좋아하는 것은 ‘수줍음shyness'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가치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기 같은 것이라면, 지금 말하는 수줍음은 없어도 되지만 있으면 어쩐지 더 좋을 것 같은 것, 수줍음은 내향성이나 신중함, 그리고 약간의 귀여움과 접목이 되는 데 그런 모습은 삶의 다양한 장면에서 찰기와 윤기, 그리고 온기를 가져다준다.
맑고 투명하고 치열하면서 공정하되, 삶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내게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264p 나가는 글 中 -
흔히들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봐야 철이 든다고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일은 얼마간의 인내심을 키워줄 뿐이고 정작 우리는 부모의 ‘로-병-사’를 겪으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내 존재의 원형이 소멸을 향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일 말이다
- 287p 개정판에 덧붙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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