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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 -

다시 와인 잔으로 돌아와 계속해서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자면, 불편함을 자청하는 순간 우리는 합리적 매뉴얼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실용과 보편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가성비를 따지며 살 수밖에 없지만 어쩌다 불필요한 선택을 할 때 그것은 실용성과 효율이 아닌 다양성의 문제가 되며.....또 그렇게 되면, 모두가 알다시피 다양성 앞에서 옳고 그름은 당연히 성립되지 않으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한지 아닌지로 나누기 십상인데, 그 윗단계에는 '그냥'이라는 경지가 있다,고 주장해본다          -  221p사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각자의 환경과 조건, 기질에 따라 누..

카르티에, 시간의 결정 - 동대문역사박물관역 DDP

조카 연호가 마련해준 초대권으로 동생과 함께 카르티에 전시회로~ 어두운 전시장을 누비며 눈호강을 하였다.시간이 흐름과 인류의 역사를담아 낸 보석, 그리고 그 보석을 통해 예술과 문화를 재해석하는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회가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개막했다. 오랜 시간 동안 축적해온 아카이브와 평소 대종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 약 300여점을 통해 그들의 독특한 스타일과 창조적 가치를 선보였다. 전시의 문을 열며 : 시간을 거슬러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어두운 공간 속에 거대한 시계가 눈에 띄었다. 3.5m가 넘는 시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우주의 창조와 만물의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이 장면은 시간을 주제로 한 본격적인 탐구의 시작점이 되었다. 이어지는 원형 공간에서는 12개의 기둥에..

나의 이야기 2024.06.17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과 슬픔과 웃음을 모두 총동원해서 마지막 소풍을 즐겼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그레이트 홀 계단첫날 보게 된 첫 작품. 엘 그레코 '평범한 철제 문을 열자 마치 오즈의 마법사처럼 흑백 세상에 갑자기 생기 입혀지듯 환상과 같은 톨레도의 풍경이 우리를 마주한다'라파엘로 의 그림1920년대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화가 베를린기에로 텐두루 신전. 1970년대에 댐 공사로 나일강이 범람했을 때 이 멋진 건축물은 총800 톤에 달하는 사암으로 해체되어 뉴욕으로 옯겨왔고, 이후 메트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천 년 전 북송의 거장  곽희의 두루마리 그림 곽희는 풍경화가 ' 일상 세계의 굴레와 족쇄'로 부터 '두루미의 비행과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가까운 벗이 되는'곳으로 도..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태지원 -

가끔은 혼자 있을 때  분노를  터트리고, 욕을 내뱉어도 된다. 혼자 있을 때 욕을 좀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분노의 일기를 쓴다고 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아니니까. 분노를 밖으로 꺼내놓으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별로인 상황은 별로라고 인정하고, 화낼 건 화내고 슬퍼할 일은 슬퍼해도 된다. 지나칠 정도로 '남 탓' '내  탓'만 하지 않으면 된다.감정을 다 터트린 후 마음을 비워내고 나면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 바닥에 가라앉은 희망이. 현재 상황이 괜찮다는 억지 외곡도 아니고,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헛된 망상도 아니다. 상황이 좋아진다는 기대를 걸지 않아도 그저 내 길을 걸을 수 있는, 괴상하지만 작은 희망, 역설적이게도 '망하면 어때'에 담긴 희망과 용기가 우리의 하루를 버티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