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

아라모 2024. 6. 13. 10:57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사랑과 슬픔과 웃음을 모두 총동원해서 마지막 소풍을 즐겼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그레이트 홀 계단

첫날 보게 된 첫 작품. 엘 그레코 < 톨레도 풍경>

'평범한 철제 문을 열자 마치 오즈의 마법사처럼 흑백 세상에 갑자기 생기 입혀지듯 환상과 같은 톨레도의 풍경이 우리를 마주한다'

라파엘로 의 그림

1920년대에 태어난 이탈리아의 화가 베를린기에로 < 성모와 성자>

텐두루 신전. 1970년대에 댐 공사로 나일강이 범람했을 때 이 멋진 건축물은 총800 톤에 달하는 사암으로 해체되어 

뉴욕으로 옯겨왔고, 이후 메트의 불가사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천 년 전 북송의 거장  곽희의 두루마리 그림 <수색평원도>

곽희는 풍경화가 ' 일상 세계의 굴레와 족쇄'로 부터 '두루미의 비행과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우리의 가까운 벗이 되는'곳으로 도피할 수 있게 한다는 글을 남겼다.

<은키시 주술상> 현대콩고 민주 공화국인 송예 사람들이 만든 은키시. 영적인 힘을 담는다고 믿었던 주술상.

미국의 인상파 화가 메리 카사트.

16세기 수피파의 더비시를 그린 그림 .

예술 작품 앞에 '앉아' 있다니, 너무 좋다.! 그림에 적힌 아랍어 문구를 번역한 캡션을 찬찬히 읽는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내게 영혼을  준 것에 대해 하늘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 바로 그 영혼을 고통스럽게 하는 슬픔의 원천을 하늘이 내 안에 만들었는데도.'

신을 향한 이 비난에 얼마나 날이 서 있는지 믿기지 않아 문장을 두세 번 반복해서 읽는다. 반대로 그림은 넘 절제되고 웅장해서 더시비의 애처로운 말투가 나의 허를 찌른다.      -   218p

 

우리는 소유, 이를테면 주머니에 넣어갈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 중에서 아주 작은 부분만 소유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에 이르자 갑자기 전시실 안의 낯선 사람들이 엄청나게 아름답게 보인다. 선한 얼굴, 매끄러운 걸음걸이, 감정의 높낮이, 생생한 표정들. 그들은 어머니의 과거를 닮은 딸이고, 아들의 미래를 닮은 아버지다. 그들은 어리고, 늙고, 청춘이고, 시들어가고, 모든 면에서 실존한다. 나는 눈을 관찰 도구로 삼기 위해 부릅뜬다. 눈이 연필이고 마음은 공책이다. 이런 일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느 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사람들이 입고 돌아다니는 옷과, 남자틴고나 여자친구와 손을 잡거나 혹은 잡지 않는 몸짓에서, 머리르 다듬고, 면도하고, 내 눈을 마주하거나 피하고, 얼굴과 자세에서 기쁨이나 조급함, 지루함이나 산만함을 보이는 방식들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리고 내가 보는 대부분의 것에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확실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저 이 장면에 깃든 눈부심과 반짝임을 바라보며 기쁨을 만끽한다.

                                   -   152p 예술가들도 메트에서는 길을 잃을 것이다  중  -

근현대 미술 전시관에서 열린  <지스 밴드 퀼트 작품전>

지스 밴드 지역에 사는 여인들의 퀼트작품

 

벽에 기대고 사람 구경으로 다시 돌아간 나는 10년을 경비원으로 지낸 사람이 메트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해줄 조언을 곱씹어보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 메세지는 우리 아이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내가 여기서 품고 나가는 것들 중 하나다.

'당신은 지금 세상의 축소판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개펄에서 파리의 센강 서쪽 리브그쉬의 카페에 이르는 드넓은 땅과 그 너머 수많은 곳에서 인류는 정말이지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 보십시요.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가능하면 미술관이 조용한 아침에 오세요. 그리고 처음에는 아무하고도, 심지어 경비원들하고도 말을 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눈을 크게 뜨고 끈기를 가지고 전체적인 존재감과 완전함뿐 아니라 상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만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세요. 감각되는 것들을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어쩌면 그 침묵과 정적 속에서 범상치 않은 것 혹은 예상치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술품으 제작자, 문화, 의도된 의미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알아내세요. 그것은 보통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되면 방침을 바꿔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와 다름없이 오류토성이인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메트입니다.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무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샘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같을 수도 있는 생각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메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도 어느 것인지 살핀 다음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  322p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려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둡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 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   324p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