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 28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짧은소설 -

하지만 상준에게는 그 어린 고양이를 데려와 먹여가며 키웠던 기억이 있었고 버릴 생각은 초호도 없었지만 어느날 열린 문틈으로 나가는 고양이를 부르지 않았다. 그저 밖으로 나가는 고양이의 등 돌림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상준이 찾으러 나갔을 때 고양이는 영영 사라지고 없었다. 전단지를 붙이고 관리실에 안내방송을 부탁하면서도 상준은 문득문득 자신이 고양이를 잃어서 슬프고 괴롭다는 것을 연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가 보는 사람이 있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해서 하는 연기였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어쩌면 상준은 자신이 주현에게 그 고양이 같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애정과 애착이 사라졌지만 이미 규정된 관계가 있어서 그 역할에..

삶은 예술로 빛난다 - 조원재 -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우리가 어른이 된 후 '어떻게 예술가로 남을 것인가'이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는 피카소가 던진 화두에 대한 나의 대답이기도 하다.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우리의 삶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얼마든지 우리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예술이 되는 삶'이 '진짜 나의 삶' '나 있는 그대로의 삶'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삶'이며, 그때 우리가 찬란히 살아 숨 쉬며 빛난다고 믿는다. 원한다면 당장도 가능하다. 그것은 '진심 어린' 마음의 문제이며, '진심 어린 ' 행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8p 프롤로그 중 - 미술작품을 만나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결국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지'를 우리 스스로 온전히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보기의 결정권'..

역사의 쓸모 - 최태성 -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오히려'입니다. 이육사는 일제 강점기라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오히여' 꽃은 빨갛게 피어나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이순신은 누구나 싸움을 포기했을 상황에서 '오히려' 해볼만 하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인가요? 제 인생에 '오히려'라는 말이 이토록 울림 있게 다가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육사와 이순신을 만나면서 이 말이 제 삶을 지탱해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말은 제게 마법의 주문과도 같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오히려' 라는 무한 긍정의 낱말을 떠올리며 힘을 얻곤 하거든요 - 10p - 앞서 이야기 했듯 사람 사는 세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도 고민이 있었습니다. 우리만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실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