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나를 위로하는 그림 - 우지현 그림에세이 -

아라모 2024. 5. 24. 15:19

나와 온전히 마주하는 그림 한 점의 일상.

어떤 말은 고요하게 품을 때 더 많은 말을 한다. 뒷모습이 그렇다. 영원히 타인에 의해서만 관찰되는 뒷모습은 영영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우리의 슬픈 내면인지 모른다. 그 슬픔이 인간의 삶에 아주 조용히, 소리 없이 새겨지고 있음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깨닫는다. 그녀에게 느껴지는 내면의 혼돈과 갈등은 매우 시적이며, 그 억제된 감정이 오히려 강렬하게 느껴지는 슬픔의 역설이다. 드러내기보다 감춘 모습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얼어붙은 듯한 알 수 없는 슬픔이 도리어 깊은 공감을 준다. 
문득 프랑스 문학의 거장 미셸 투르니에의 포토에세이 <뒷모습>에 있는 한 구절이 생각난다.
"어쩌면 뒷모습은 그 빈약함 때문에 오히려 효과적이고, 간결해서 오히려 웅변적이다. 등이 말을 한다.
반만, 사분의 일만,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14p
 

"음악은 마음의 상처를 고쳐주는 약"이라던 알프레드 윌리엄 헌트의 말처럼, 어떤 음악은 약국에서 팔아도 될 것 같은치유의 효과가 있다. 어두운 밤, 불안한 마음을 가시게 하는 촛불 같은 노래도 있고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음악도 있다. 나른하게 속삭이는 신비하고 애잔한 멜로디는 지친 마음을 다독이고, 달콤한 슬픔이 담겨있는 감미로운 선율은 엉클어진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힘이 있다      - 31p
 

단순한 노동이 아닌 즐거운 놀이라는 개념을 겸하고 있던 빨레는 많은 화가들의 단골 소재였다.
- 슬픔을 세탁하다 중  -

나에데 선물하는 사소한 사치.
때로는 사소한 사치를 부려보는 것이 스스로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사실 거의 모든 커다란 위기 때 우리의 심장이 근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따뜻한 한 잔의 커피다"
커피가 사람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존재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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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누군가에게는 가장 집중할 시간을 제공하고 누군가에게는 강력한 에너지를 선물하며 누군가에게는 따듯한 위로가 되어준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나른한 오후의 피로감을 날려주며, 저녁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삶에 깊은 안도감을 준다  
     -  따뜻한 커피한잔의 여유 중  -

 

나는 걷는 것을 참 좋아한다. 일단 걷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너무 빨리 지나쳐 미처 볼 수 없던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고, 채 발견하지 못했던 내 마음이 보인다.
텅 빈 광활함 곳에서 홀로 걷다 보면 거대한 상념들이 사라지고 나쁜 기억들은 유실된다.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을 감지하며
부유하는 마음 따라 하릴없이 걷다 보면 어느덧 온전한 내면에 이른다. 그래서 걷기란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이며 내 영혼과 대화하겠다는 집념이다. 생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의지이며 세상의 모든 것과 호흡하겠다는 용기다.
                                         -  68p 미술관 느리게 걷기 중  -

그런데 책이 내게 선물한 것은 세상에 대한 답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이해였다. 영국의 소설가 클라이브 루이스가 "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고 했듯이, 독서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었고 타인의 역사를 존중하게 되는 훈련이었다. 세상에는 옳고 그름만으로 따질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온전한 이해란 진심어린 마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해한다는 것은 비극 속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  76p 책이 주는 달콤한 평온  중  -
 

                     -  군중 속의 고독 중  -

 

                             에드먼드 타벨  < 푸른 베일> 1899
쇼펜하우어도 말하지 않았던가.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으면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를 반복하다가 결국 우리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인간은 상처로 연결되어 있고 세상은 상처로 얼룩져 있다.
         -     90p    푸른 베일로 마음을 덮다   중   -
 

층층이 쌓여 온 서로의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는 어떤 사람인 척 애쓰지 않아도 되는, 아무 수정도 가할 필요가 없는, 20년지기 친구 사이다. 서로에게 녹아들고 침투하며 같은 슬픔과 같은 기쁨을 느끼며 자란 우리는 함께 세월을 공유하고 변화하고 성장했다. 이제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때는 그랬지, 를 되뇌며 과거를 추억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금도 함께 새로운 미래를 기약하고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청춘의 도입부에 있던 사람이 그때와 같은 모습으로 여전히 내 옆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고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  96p   나의 오랜 친구에게  중  -
 

"샤갈은 자서전 <나의 인생>에 이렇게 썼다.
"난는 느겼다. 내가 살아갈 길은 벨라와 함께 하는 것을, 그녀만이 내 아내라는 것을. 
평생동안 그녀는 나의 그림이었습니다. 

    -  108p  영화같은 사랑을 꿈꾸다 중  -
 

 바로 이 순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있었을까. 흘러가는 구름 아래.  가족들과 함게 산책을 하던 중 우연히 마주한 평화로운 광경에 가슴이 벅차오른 모네는 재빠르게 그 순간을 화폭에 담았다
 

인고의 세월을 자식에 대한 사랑 하나로 꿋굿이 버텨온 여인, 자신의 다른 이름을 모두 버리고 기꺼이 엄마라는 이름을 택한 여성, 모든 것을 주면서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사람, 본능적이고 절대적이며 영원한 사랑을 주는 유일한 존재, 엄마가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힘을 내어 살아간다.
우리는 자꾸 망각하게 된다.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엄마가 영원히 내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   117p  엄마의 다른 이름 중  -

아버지의 길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아버지와 함께 걸어온 길은 모두 기억이 난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최고의 유산은 함께한 기억이다. 자식은 그 기억을 토대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자양분 삼아 발전시켜나간다.
       -   124p  아버지의 길 중  -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시간에 흐름에 따른 원인과 결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원인과 결과 사이에 있던 수많은 과정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을 비틂으로써 순수한 사고를 이끌어내는 마그리트의 그림은 세상에 대한 시각을 폭넓게 확장한다.
"우리는 보는 모든 것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는 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그리트는 깊은 통찰과 날카로운 지력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랐다.
      -  134p  보이는 게  다가 아니야  중  -

 

알렉세이 알렉세이비치 하를라모프  < 핑크보닛>
색 차별은 어떤 성별이 더 손해인가를 겨루는 문제가 아니다. 색이라는 기준이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에게 어떤 제약과 차별을 초래하는가의 문제다. 즉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색에 대한 오랜 편견과 구조를 바꾸는 일은 성별, 연령, 국적, 인종 등과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함께 해내야 할 과제이며, 색에 대한 일방적인 구획이 없어질 때 비로소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독창적인 개성을 갖게 되며, 자유롭고 건강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다만 길들여져 있을 뿐이다.  
     -   141p   핑크색 여자로 길러지는 세상 중  -

오직 이념만이 세상 유일한 가치인 양 서로 대립하던 그들은 마침내 속내를 드러냈다......
이념을 정의라 착각하는 이도 있고 이념을 애국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마치 서로를 극도로 증오하는 쌍둥이 같았다.
   -    144p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 중  -

신비롭고 모호한 꿈 속 같은 장면을 그리는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토마스듀잉은 " 초록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초록색을 많이 사용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작정 떠난 나의 그  여름을 보는 것 같아 더 반갑게 와 닿는다.
                     - 154p  참 기특한 청춘  중   -
 

"인간에게 절망한 사람은 베니스로 가라. 더 이상 절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인간이 이런 도시를 세울 수 있다면 인간의 영혼은 구원받을 가치가 있다."  영국의 작가 앤서니 버지스의 말이다.
정성으로 건설하고 투지로 이룩한 베니스의 아름다운 풍광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느끼는 절망이 완전한 절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   163p  완벽한 평화를 만나다  중  -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알려주었다. 가혹한 세상에서 잠깐의 휴식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고, 천혜의 자연을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자연 속에 파묻혀 다시 한 번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자체로 매순간 완성이지만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자연, 자연이 들려주는 좌절 속 희망이 거기에 있었다.
   -  170p  좌절과 소나기는 곧 그칠 것이다 중 -

사랑하라. 기뻐하라. 삶은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다.
"고통은 지나가지만 아름다움은 남지. 아직 할 일이 남았어. 힘이 다할 때까지 그릴 거야."
     -  175p  나를 나 자신일 수 있게 만드는 것  중  -
     

두려웠지만 용감했고 서툴렀지만 뜨거웠던 그 시절은 꿈처럼 달아오르다 사그라졌다.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더 아련했지만, 어쩌면 그날의 아쉬움은 반드시 돌아오라는 바다의 인사였는지도 모른다.
      -   184p  여름밤, 돌진하는 마음  중  -

독일의 시인 바흐만이 시 <유희는 끝났다>에서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날개가 달렸다."고 말한 것처럼,
지금은 비록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해도 언젠가 새로운 희망을 갖고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   191p  

작은 만남도 소중하게 여기고 모든 인연들에 감사하며 인연의 끈을 아름답게 이어나가는 것이 어쩌면 삶의 전부가 아닐까.
돌이켜보면 우연히 찾아온 이 모든 인연은 내 삶의 기적 같은 필연이었다.
     -    198p  이 모든 인연의 순간들 중  -

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놓아주어야 하는 신호라는 것.
선택이란 무언가를 취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언가를 비울 것인가의 문제다. 이카루스가 추락을 감수하고 날아오르기를 선택했고, 카잔차키스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영원한 자유인이 되기를 선택했으며, 윌리엄 체이스가 안정된 삶을 버리고 여행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갔듯이, 더 많은 것을 갖는 것보다 더 원하는 것을 갖는 쪽을 택해야 한다.
그럴 때만 여전히 수많은 갈림길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연약한 마음에 작게나마 용기가 되고, 기꺼이 선택의 즐거움 누릴 수 있게 된다.     

-   204p  인생의 갈림길에서  중  -

안락한 구속을 택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적당히 대처하고 지혜롭게 숨으며 안전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렇게 점철된 일상의 타성은 생의 의욕을 잠식시켜 우리를 점점 더 위태롭게 한다. 자신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어디론가 떠난다. 지혜로운 도주인 셈이다.
"지혜란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여행을 한 후 스스로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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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기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위기에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며 두려워한다. 때로 시간이 지나면 현명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면 지혜가 많아진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
지혜란 시가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훈련하는 데에서 얻어지는 후천적인 능력이다. 과거 네덜란드인들이 탁월한 지혜로 위기를 극복했듯이 위기에 대응하는 바람직한 태도는 적극적인 지혜의 발휘가 아닌가 싶다   

-  211p  태풍을 대처하는 현명한 자세   중  -

 

갑자기 피는 꽃은 없다. 다만 갑자기 그 꽃을 발견할 뿐이다.
간절함으로 마침내 희망을 꽃피운 드레이퍼의 열정과 끈기에 가슴 뻐근한 감동이 전해진다. 
      -   228p  갑자기 피는 꽃은 없다  중  -

 


산다는 것은 거대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앞치마를 두르고 뭉뚝한 연필을 날카롭게 가다듬으며 마음의 준비를 한 뒤, 하얀 도화지를 펼쳐 스케치를 하고 지우개로 조금씩 수정하며 밑그림을 그려나간다. 완성된 밑그림에 따라 과감하게 명암을 주고 때로는 조심스럽게 색을 입히며 붓질을 계속 쌓아나간다. 그 과정이 때로는 힘들고 지루해도 이전과는 완전히 똑같지 않음에, 그래도 조금씩 변화되고 있음에, 우리는 힘을 내며 계속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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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라도, 설령 그 일을 가장 잘한다고 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그리 오래 할 수는 없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며, 마음에 순응해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다. 또 그것이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단 내 마음대로 살아가되 내 멋대로만 살지 않는일, 진짜 마음을 자기 마음댈ㄹ로 왜곡해 오판하지 않는 일 또한 꼭 유의해야 할 마음의 법칙이다.
 -  233p  나의 그림을 꿈꾸고 내 꿈을 그리다  중  

혹자는 그에게 같은 주제, 비슷한 구도의 그림만 그린다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결과, 달빛이 비치는 도시의 밤 풍경에 있어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달빛화가'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림쇼가 그린 달빛 풍경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열심히 노력한 이들에게 그가 선물하고 싶었던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아니었을까.
       -    241p  천천히 가도 괜찮아   중  -

열정은 삶의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완벽하게 해내야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과 열정을 다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가짐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매순간은 전혀 다른 느낌을 갖는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너구러워질 필요가  있다. 자신의 단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완벽에 연연하지 않는것, 스스로에게 과도한 혐의를 부여하지 않고 실패를 삶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완벽주의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은 온전한 나로 살게 된다는 의미다 .
  -   248p   너의 어제를 부끄러워 하지 마  중  -

자존심은 높은데 자존감은 낮은 데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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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기만적인 희망은 갖지 않기로 했다. 희망이라는 가면을 버려두고 차라리 내 몸 속 어둠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그것은 내 삶에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   253p   너를 막으려 나를 가두다  중  -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
그녀의 이 말은 그녀의 슬픈 내면을 잘 보여준다.    -   258p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  -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도 있는 것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생의 섭리인가 보다.
지금은 비록 자신의 모습이 흐릿하고 어둡게 보이겠지만, 꼿꼿하게 앉은 그녀의 뒷모습은 이미 강렬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여인이 조금만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바라보면 세상은 이미 찬라하게 빛나고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    264p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중   -

죽음은 화가들의 영원한 주제였다. 그들은 단순히 죽음의 현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불가사의한 세계에 대한 공포로, 때로는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목적으로, 또 때로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방식으로 죽음을 다양하게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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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는 삶을 한덩어리로 표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생의 본질을 제시하고, 서로에게 의지한 사람들을 통해 사람은 함께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불멸의 진리를 보여준다. 그 순간, 죽음의 위협을 받는 미약한 생은 강력한 삶의 의지로 바뀐다.
클림트는 그림의 제목에 ' 삶과 죽음'이 아닌 '죽음과 삶'이라고 이름 붙였다.
삶 뒤에 죽음이 온다는 생의 결과론적 접근보다는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고 삶이 있기에 죽음도 온다는 생의 순환을 강조한 것이다. 죽음을 너무 절망적으로, 혹은 삶을 너무 희망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중층적이고 초월적인 사생관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    271p   죽음을 향한 끊임없는 전진   중  -

사람은 대개 생각한 대로 살지 않는다. 살아온 대로 산다.
설령 그것이 불행한 일이라 해도 익숙한 것을 택한다. "생각한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는 생각하는 데로 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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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주체가 자기 자신이 아닌 사람은 불행하다. 사람은 자기가 자기로 존재할 때 가장 행복하며, 나 자신에게서 나를 찾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내 생의 권리를 당당히 누리고 있는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삶이란 내가 원하고바라는 것을 자유롭고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며, 삶의 궁극적인 가치란 삶에 대한 애착심과 직절한 결의로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는 것에 있다. 언젠가 끝날 삶이라 해도 사는 동안 진실하면 그것이 곧 자신의 삶을 영원히 영위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부디 내 인생의 행복을 타인에게 빼앗기지 말기롤, 내가 믿는 삶,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   280p  주체적인 삶 영위하기  중  -

불행은 갑자기 찾아온다.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고흐가 열과 성을 다해 그린 사이프러스 나무는 그의 캔버스에서 쉼 없이 흔들리며 살아 꿈틀거린다. 흔들리기에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진지하고 조용하게 말을 건넨다.
기어이 흔들리며 살아야 하는 것, 그래서 생은 기적이고 감동이며 슬픔이다.   
      -  287p   흔들리는 것의 아름다움  중   -

당대 평론가들은 이 그림의 제목으로 '절망'이 더 적합하다고 조언했지만 워츠는 끝내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이 그림은 희망은 남아 있는 한 줄의 현을 통해 흘러나올 수 있는 음악을 암시한다"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고 한 가닥 남은 희망에도 끝까지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보았다.
화가란 이런 것이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자질에 대한 가장 명백하고 견고한 보증이다. 
그림이 삶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삶을 살고 싶게는 하는 것처럼 힘든 생에 맞서 그림의 답은 언제나 삶이다.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나는 그림 속 여인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 말을 조용히 되뇐다.
" 절대 두 손 들지마. 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일 수도 있다."
  -  EPILOGUE  가냘픈 희망의 끈일지라도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