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대상 앞에서 자신을 스스럼없이 '할미'라 칭하지만 정작 아직은 젊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이들에게 할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이들에겐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감각이 무뎌지고 감수성 또한 흐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다.
윤성희의 <어제 꾼 꿈>은 그런 면에서 틀림없는 안도감을 준다.
복지회관 수영장에서 아쿠아로빅을 배우거나 유치원에서 열리는 동시 발표를구경하러 갔다가 알게 된 시( "비가 오면 손가락을 벌려요. 그 사이로 비가 지나가게 .")를 기억하면서 비오는 날 " 창밖으로 손바닥을 내밀고 한참 서 있어보곤"하는 주인공이 알려주는 건 이런 것이다.
늙어간다는 건 한 지점으로 좁혀져 들어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나이대를 통과해가며 그것들을 한 몸 안에 품어가는 ,
다채롭게 넓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
- 231p 황예인의 발문 <아직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미 할머니가 되어>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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