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생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어) 과거의 문을 열러주고, (그럴 법한 미래를 이야기해 주어) 미래의 문을 열어 주고,
(떠돌이 영혼들의 세계를 가르쳐 주어) 비가시 세계의 문을 열어 준 나의 첫 번째 영매 모니크 파랑 바캉을 기억하며,
믿는가 믿지 않는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상상하고, 꿈꾸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멋진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근본적으로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자기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무의식 속에서 자기 자신의 불멸을 확신한다 - 지그문트 프로이드 -
나는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말하는 게 아니다. 이미 나와 생각이 같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 말하는 것이다
-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12권 -
그때, 당신 말마따나 건강 염려증이 조금 있는 나는 깨달았어요. 건강에 이르는 지름길은 행복이라는 사실을.
불행은 병을 부르죠. 은행이 부자들에게는 돈을 빌려주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모든 운명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부당한 현실이자 비밀스러운 법칙이죠. - 103p
내가 어던 영혼에게 환생을 권하는 것은 그에게 자신을 규정했던 일체의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른 것>이 되라고 하는 얘기라고 했어요. 그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겸허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절대 판단하지 말고 영혼들의 자유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 105p
영혼의 무게
미국의 덩컨 맥두걸 박사는 영혼의 무게를 물질적으로 입증하려고 한 최초의 의사였다.
그는 보스턴의 한 결핵 센터에서 동의를 받아 환자들의 무게를 재는 실험을 착수했다. 먼저 임종 직전의 결핵 환자를 침대째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고 나서, 사망 뒤 다시 무게를 달았다.
첫 번째 환자에게서 그는 정확히 21그램의 차이를 발견했다.
똑같은 실험을 다섯 명에게 더 실시한 결과 예외없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숨을 거둔 환자 모두에게서 정확히 21그램의 차이가 확인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실험을 통해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똑같은 방식으로 개 열다섯 마에게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개들에게서 무게의 차이가 확인되지 않자 그는 인간만이 영혼을 소유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907년, 그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자 언론에서는 <맥두걸 박사의 21그램 이론>이라며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들은 실험 대상이 여섯에 그친 연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며 실험의 조건 자체를 문제 삼았다. 피험자 한 명은 사망 후 1분이 넘겨 지나서여 몸무게가 줄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맥두걸 박사는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나오기를 <망설인> 탓에 그런 지체가 일어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합리화는 그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맥두걸 박사는 1920년 사망했는데, 사망 전후 그의 몸무게를 달아 차이를 확인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12권 -119p
플리나리아
플리나리아는 민물에 사는 편형동물이다. 몸길이가 4센티미터에 불과하지만 머리와 눈이 달려 있고 뇌가 붙어 있다.
또한 척수를 통해 신경 계통이 몸의 나머지 부분과 연결돼 있다. 플리나리아는 입과 소화 기관뿐만 아니라 암수한몸인 생식기도 가지고 있다. 몸의 일부가 잘려도 재생이 가능해 <칼을 맞아도 죽지 않는 동물> 이라고 불리는 플리나리아의 자동 재생력은 오래전부터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플라나리아를 대상으로 일종의 조련 실험을 벌렸다.
먹이와 전기 충격이 공존하는 환경에 놓인 플라나리아는 열흘 만에 먹이가 있는 곳과 전기 충격을 당하는 곳의 위치를 구분해 기억하고 행동했다. 그러나 연구팀에서 환경에 적응한 플라나리아들을 꺼내 머리를 잘랐다.
2주 뒤 머리가 다시 자란 플라나리아를 같은 환경에 다시 노출시키자 놀랍게도 상과 벌이 있는 지점을 정확히 기억해 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다음의 질문을 던지게 했다.
기쁨과 고통의 기억이 뇌 속에 있는 게 아니라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 12권 - 141p
당시에는 우리처럼 결혼을 한 뒤에 잠자리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단다. 북불복이었어. 생전 모르는 사람을 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서로에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참 기가 막힌 일이지. 그러다 보니 이혼을 할 때야 겨우 상대방의 본색을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어. 우리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있지.
< 사랑은 지능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고 결혼은 경험에 대한 기대감의 승리다> 하여튼 나름 유머 감각이 있는 양반이셨어
- 209p
당신 죽음에 관한 얘기도 나눴어요?
차마 물어보지 못했는데, 저 위에서 뭘 보고 왔어요?
<거기서> 입을 다물라고 하더군요. 죽을 때 삶에서 배운 걸 모두 기억해야 한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뭘 배웠는데요?
가브리엘이 회상에 잠겨 읊조리듯 말한다.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도리어 우리를 완성시킨다. 실패할 때마다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르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억지로 잡아 두거나 움직임을 가로막아선 안된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유일무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비교하지 말고 오직 이 삶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 311p
지금까지 그를 사로잡았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린다.
<나는 왜 죽었지?>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
< 누가 날 죽였지?> 꿈에서 차기 소설의 첫 문장을 만난 추리 작가 가브리엘 웰즈, 흥분 속에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나서던 그는 이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다.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짧고 강렬한 첫 문장이다. 주인공 가브리엘 웰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죽음)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타나토노트)에서부터 보여 준 죽음에 대한 자신만의 세계관과, 비가시 세계와 영성에 대한 독특한 해석, 그리고 트레이드마크인 판타지를 가미해 얼핏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을 무리없이 해내고 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3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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