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가 보고싶어.
* 신예작가 정세랑이 선보이는 아주 비비드한 로맨스 *
“나처럼 오래 살아봐. 별거 없어.
결국 남는 건 사랑 이야기야. 다른 이야기들은 희미해지고 흩어지더라.
로맨스만이 유일무이한 거라고. 진부하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
몇 년 뒤에,
미래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칭찬해줬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22p
마음을 얘기하고 사랑을 얘기할 때는 역시 진지해야 해, 어디에서 어떤 어린 것을 사랑하고 있든 간에 조심해서 사랑을 말하길.
휘발성 없는 말들을 잘 고르고 골라서, 서늘한 곳에서 숙성을 시킨 그다음에, 늑골과 연구개와 온갖 내밀한 부분들을 다 거쳐 말해야 한다고.
그게 아니면, 그냥 하지 말든가. 107p
생명력 있는 이야기는 결국 읽는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농담이 되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연하 남자친구를 만나는 친구에게 다른 친구가 ‘매밀꽃 필 무렵’을 인용하여 “너 애숭이 빨문 죄 된다!” 일침하는 걸 보고 깔깔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지나치게 긍정적인 동료를 두고 “잰 아큐인가?”하고 비아냥거릴 때의 쾌감이란........또 파괴적인 연애에는 “폭풍의 언덕” 농담이 빠질 수 없겠죠. “아주 그냥 히스클리프 났네, 났어!”
이렇게 소설이 종이의 질량마져 버리고, 대신 세기를 뛰어넘는 에너지를 얻으면 농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낯모르는 시간과 공간까지 날아가,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입속에서 슈팅스타처럼 톡톡 터지고 싶어요. 이야기가 그렇게 살아남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작가의 말>중에서 2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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