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강 작가의 노벨상 소식이 있던 날 밤에 급히 도서관앱에 들어가 담아온 책이다.
소설집으로 두어권 읽어본 적이 있지만......
난 어쩌다 읽게 된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작품을 다 찾아서 보는 식으로 독서를 즐기는데
여러 책 중에서 꼭 첫 장편소설을 먼저 택하게 된다.
오랫동안 구상해 온 작품을, 필력을 갖추어야만 쓰게 되는 게 첫 장편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작가의 혼과 정신이 제대로 나타날 첫 장편에 관심이 간다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기다리는 님은 오지 않았기에
나는 님을 누군지 알 것만 같다 - 김형영 < 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 -
그게 붉은애기풀이란다. 푸른 잎 가장자리에 녹물 같은 기운이 돌고, 뿌리를 다려먹으면 미친병이나 어질머리병에 직효이고, 산삼 찾는 것보다 더 힘든 풀이야. 그걸 찾는 약초꾼들은 꼭 전날 밤 꿈에, 산신령 대신 그 짐승의 검고 흉흉한 형상을 보곤 한단다....... -372P
명윤이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 것은 유복하게 자랐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짐작하고 있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는 자신이 안간힘을 다해 빠져나온, 혹은 빠져나오려 하고 있는 그 구덩이를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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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하지 않기 위해 그는 그렇게 많은 말을 지껄여댄 것일까? - 61P
내가 훔치는 것은 피사체뿐만이 아니었다. 그 찰나의 시간과 빛이기도 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짧은 찰나가 영원이 되는 순간, 긴 침묵이 되어 나를 물끄러미 바라다보게 되는 순간의 매혹에 나는 빠져들었다. - 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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