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혼자 있기 좋은 방 - 우지현 -

아라모 2024. 7. 1. 22:22

 

혼자를 택한다는 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용기이다.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혹여 주변인들을 챙기느라 자기 자신을 외롭게 한 것은 아닌지, 세상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작 나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 과정이 분명하고 뚜렷하지 않을지라도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혼자 있어볼 것, 삶의 진실은 거기 있으니 말이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보다 나와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    -  30p
 
영국의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올더스 헉슬리가 왜
"45년의 연구와 공부 뒤에 얻은 다소 당혹스러운 결론으로,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라는 것이다." 라는 말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친절은 성격이 아니라 자세다. 어떤 대상을 섬세하게 살피는 태도이고, 먼저 용기 있게 손을 내미는 일이다. 만면에 미소를 짓는 행위이며, 누군가를 포근하게 싸안는 동작이다. 애정을 바탕으로한 배려로 상대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지 못한 호의에, 뜻하지 않은 눈빛에 덜컥 위안을 받는다. 예상하지 못한 한 마디에, 짐작하지 못한 선의에 깊이 감동한다. 때론 낯선 이의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삶 전체를 구원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친절은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 42p
 

별일없이 산다는 것 중  - 54p

가슴이 기억하는 동요 중  - 61p

레서 우리 <파란 드레스를 입고 카페에 있는 여인 1900~1910년경

혼자만의 시간이란 일종의 인터뷰다. 자신과의 일대일 밀착 인터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완전히 솔직한 사람은 없다.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 하나 스스로에게 진실하지 못하면 언젠가 비극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 이 감정은 정말 사실인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정리하고 분류하고 선택하고 결정하며 한결 가벼워지고 성숙해진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쓸데없는 것은 버리게 되고,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무의미한 행위를 줄이게 된다. 내 마음을 알기 때문에 소모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게 되고, 자기 객관화가 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이해력도 높아진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을 보냄으로써 건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104p  혼자를 선택한 시간 중 --

존 엣킨스 그림쇼 < 사색에 잠긴 사람>  1875년

프린시스 존스 배너먼  <온실에서 >  1883년

 

삶의 풍미를 더하는 방법  중    - 145p

우리 각자의 침실  중    -   161p

주세페 데니티스 <어느 겨울의 풍경> 1875년  
겨울이 주는 소소한 기쁨 중   - 199p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 < 꿈> 1896년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 < 조용한 시간 >  1885년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중   -  217p
내게도 꿈이 전부이던 시절이 있었고, 꿈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은 때도 있었다. 꿈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스스로를 내몰았고,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에 세상을 원망했고, 기어이 꿈을 버렸던 나 자신을 미워한 적도 있다.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마음만 먹으면 해낼 수 있으리라 자신했던 배짱은 이제 없다. 삶은 오직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던 지난날의 확신은 이미 훼손되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어진다고 말하는 동화 속 교훈을 믿기엔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모든 게 의기양양했던 그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나온 것은 지나온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어째서, 자꾸만, 또다시 꿈을 꾸는 것일까. 끝끝내 어쩔 수 없는 것, 그것이 꿈이다                 -  221p

피터르 얀스 산레담 <하를럼 성 바보교회의 내부>  1648년
 
대체 왜 그랬을까. 사람은 이유가 있어서 우는 게 아니라 눈물을 흘린 뒤 이유를 짐작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눈물은 늘 마음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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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때때로 우리를 불가해한 영역으로 초대한다. 어떤 눈물은 날것 그대로인 나와의 만남이고, 어떤 눈물은 숨김없이 토로했던 생생한 고백이며, 어떤 눈물은 영적 진동이 일어나는 기이한 체험이다.      - 228p 내 눈물이 하는 말 중  -
 
사람들은 한 가닥 희망을 안고 교회를 찾는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 그리고 떠다시 좌절된 꿈까지 수많은 이들의 사연이 녹아 있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라도 기대어 울고 싶을 때, 그러나 누구에게도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공간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안아준다. 결국 당신은 울게 될 거라는 듯이 담담하고 묵묵하게. 이것이 공간이 인간을 위로하는 방식이다. 비록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곳에서의 시간을 기억한다면 사람은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그 여름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기차에서 읽었던 뮈세의 시< 슬픔>에는 잊히지 않는 구절이 있다. 이 시를 볼 때마다 성당에서의 그날이 떠오를 것 같다.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가끔 울었다는 것.          -  234p
 

존재하는 것에 대한 경의   중    -   240p

불안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중   -  252p

바다는 사라지지 않는다 중  -  271p

내 마음을 지키는 일 중    -  278p
 

지금 이 순간의 행복 중     -294p

아이의 마음으로 살기 중   -   301p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중    -  311p

아우구스트 마케 <옷가게 > 1913년
우리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아름다움을 택한다. 낡았지만 매력적인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비실용적이지만 예술성을 갖춘 조형물을 고르기도 한다. 무용하지만 귀여운 아이템을 소유하고, 버려졌지만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골동품을 들여온다.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스스로 무언가의 진가를 알아보고 거기에 무게를 두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내밀한 영역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고 되레 드러내며 자신만의 독툭한 세계를 구축한다. 아름다움이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행위일지 모르지만 때론 이런 행동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아름답기에 취하는 선택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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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 다. 결국 신이 창조한 것도, 인류를 나아가게 하는 것도, 세상을 구원하는 것도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아름다움은 힘이 세다. 
  -  목적없는 쇼핑은 아름답다  중   - 327, 328 p

빈센트 반 고흐 <프랑스 소설책들과 장미가 있는 정물>  1887년
세상에는 믿고 사랑할 만한, 가치 있는 것들이 많지. 알겠니? 세익스피어 안에 렘브란트가 있고, 미슐레 안에 코레조가, 빅토르 위고 안에 들라크루아가 있다. 또 복음 속에 렘브란트가 있고, 렘브란트 안에 복음이 있다. 네가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그것은 같은 것이다   
  -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중
모든 곳이 서재다   중    -     329p     

그럭저럭 긍정적인 변화들  중    -   345p

이 모든 기다림의 시간 중   -  357p

내 삶을 운전하는 것  중       -  368p

그림을 본다는 것은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이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유랑하는 시간이다. 마음을 깊이 점검하는 작업이고, 분별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행위이다. 그리고 마침내 삶의 희망을 단단히 아로새기는 일이다. 이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그림을 봐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   애필로그  방 안의 모든 기쁨 중    - 38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