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나의 사적인 그림 - 우지현

아라모 2024. 7. 3. 16:18

그림 속에 담겨 있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

견딜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그래도 우리를 견디게 하는 것은 예술 뿐이다    - 니체

잡지에서 '길티플레저'라는 단어를 보았다. 무슨 말인가 싶어 찾아보니 ' 죄책감이 들어도 끊을 수 없는 무언가를 뜻하는
신조어였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 혼자만의 은밀한 즐거움, 달콤한 원수 같은 것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황홀한 죄책감이다  -  41p 길티플레저 중에서

봄의 식탁 중에서  - 45p

인생은 날씨와 같다. 하늘 있는 방 중에서  - 48p

크리스 제닝스 <비아 골도니 밀라노> 1908년
왜 이토록 축구가 좋은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화려하고 풍성한 볼거리, 치밀한 전략과 전술을 보는 재미, 누군가를 열렬히 응원하는 기쁨, 짜릿한 승리의 쾌감 등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골자는 정당한 게임 같다.  공평한 규칙 속에서 건강하게 겨루는 정정당당한 싸움, 떳떳하게 이기고 깨끗하게 지는 공명정대한 스포츠,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당히 눈을 피해 반칙을 저지르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잘못을 발뺌하는 모습을 축구에서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 설혹 그것이 내가 응원하는 팀일지라고, 어쩌면 나는 축구를 통해 공정한   세상에 대한 환상을 투영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본 적 없는 세계를 축구라는 완전한 세계 속에서 보상받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축구의 세계  중에서   -   54 p

세상의 모든 파랑 중에서  57p -
색체는 영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다.

펠리체 카소라티 <레드카펫 위의 소녀> 1912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충분히 짧으므로.
밀어내고 채우기 중에서  -  80p

달리는 기차에서 중  -  85p

에두아르 마네 <에밀 졸라의 초상> 1868년
단 한 사람.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수보다 질이다.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면 사람은 살 수 있다.     98p 

조지 클로젠 <울고 있는 젊은이> 1916년
감히 누가 누구의 삶을 평가하거나 판정할 수 있을까. 타인의 삶에 함부로 판관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각자는 모두 미지의 세계다.   타인의 삶  중에서    -  103p

자기 이야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친구가 있었다. 이제야 깨닫는다 . 수다란, 외로움이다   - 수다의 의미 중  116p

프랭크 코번 <비오는 밤>
마법 같은 순간  중에서  -  현실은 마법으로 가득 찬 세계다.   인연의 끈이 이어지는 것도,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는 것도 마법일 수 있다.   ............ 시기와 종류만 다를 뿐 삶 속에서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까지도, 이런 마법 같은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   126p

관계를 망치는 대표적인 행위로는 침묵과 상상이 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생각하면 관계의 단절은 곧 현실이 된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이란 없다 중에서   -128p

윌리엄 글래큰스 < 케이프코드 부두>  1908년
인간이 온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건 인생의 힘든 순간에 동행해준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행해준 이들 중에서  140p -

막스 리버만 <뮌헨의 맥주 정원>  1884년
나는 아주 작은 것까지 세세하게 계획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이 가져다줄 우연한 행복 같은 것을 기다리며 살고 싶다. 예측할 수 없어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므로.   맥주 중에서  - 156p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 < 검정색과 금색의 녹턴: 떨어지는 불꽃> 1875년
승리가 승리를 만든다. 그러니 꼭 거대한 승리가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를, 각자의 삶에서 작은 승리를 이러우나가기를 성원한다. 모든 승리는 의미가 있다       - 승리의 경험 중에서   165p  -

알베르트 에델펠트 < 파리지앵>  1883년
내가 어떤 모습일 때 자연스러운가를 알 필요가 있다. 내가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스스로를 작위적으로 만들지 않을 때 사람은 한없이 충만해진다. 내 안의 두려움을 가려주던 연출과 장식을 덜어내고 투명해질 때 사람은 자유로워진다. 자연스러운 것만큼 근사하고 매력적인 존재도 없다.    파리지앵 중에서   176p  -

1883년, 한 화가는 파리에 있는 화실에서 3미터가 넘는 거대한 크기의 캔버스에 점을 찍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한 점씩 한 점씩 정성 들여 점을 찍는 무한 반복,그렇게 꼬박 2년에 걸친 고된 작업 끝에 완성된 그림이 조르주 피에르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다. 수많은 점으로 나만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일, 결국 인생은 점묘법으로 그리는 그림이 아닌가 싶다. 날마다 찍는 점들이 쌓여 인생이라는 하나의 그림은 완성된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가는 이들이 다름  아닌 화가이며, 고로 우리는 각자 인생의 화가다.   점묘법 중에서  172p  -

마크 로스코 <화이트 센터(노란색, 분홍색과 라벤더 로즈) > 1950년
"작품에는 어떤 설명을 달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관객의 정신을 마비시킬 뿐이다. 내 작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마크 로스코 회고전 중에서   179p -

피터 빌헬름 일스테드 < 열려 있는 문>  1910년경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는 오류 중 하나는 사람이 편협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이 외롭기에 나만 생각하고 내 상처가 크기에 타인의 단점만 찾는다. 내 몸이 아프기에 대번 짜증 내고 내 생활이 팍팍하기에 사소한 일에도 성낸다. 내 상황이 힘들기에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보고 내 인생이 괴롭기에 누군가의 삶을 시기한다. 좋은 어른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간단없는 노력과 의지의 결실이다. 잘 나이 든다는 건 실로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열려 있으려는 마음은 정말 소중하다. 우리는 까딱하면 닫혀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에, 의심하지 않는 신념처럼 무서운게 없고 성찰하지 않는 인간처럼 시시한 게 없다. 뚜렷한 주관과 맹목적 고집은 한끝 차이며 소신의 다른 이름은 몽니일 수 있다. 고착화된 시선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것, 스스로 만든 틀에서 탈피해 낯선 세계를 받아들이는 것, 이런 태도야말로 나이가 들면서 갖추어야 할 덕목일 테다. 열린 자세를 견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열린 자세 중에서  194p  -

헤럴드 하비 <비평가들>  1922년
사람은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존재다. 조언은 무의미할뿐더러 상처를 주거나 기분만 상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방심해도, 아니 높은 확률로 폭력적이다.        조언 중에서   196p  -

앙리 루소 <생 루이 섬에서 자화상> 1890년
포기는 실패가 아니다. 용기다. 스스로에게 진지하고 솔직하게 물었을 때, 바로 지금이라는 확신이 들면 미련 없이 떠나보내는 것도 멋진 결단이다. 내려놓을 땐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포기해야만 다음도 있다.
    포기라는 용기 중에서    -  282p

상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거나 움츠러들지 말기를. 실컷 상상하고 또 상상하기를. 인간은 상상할 수 이있는 한 살 수 있다. 상상하기에 살아갈 수 있다. 상상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다.   인간의 특권 중에서  206p -

클로드 모네 <수련>  1916~1919년
"시민에게 일반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하게 할 것. 자연광 아래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할 것."  이는 제 1차 대전의 종결을 기념하여 클로드 모네가 오랑주리 미술관에 작품을 기증하면서 내건 세 가지 조건이다.
수련의 꽃말은 청순한 마음이다. 혼탁한 연못 속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 수련처럼 나 역시 그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속과 절연한 채 홀로 고고하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라 삶이 비루하더라도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며 살겠다는 다짐이다. 진부한 체념에 파묻히기보다 나를 구원할 작은 기쁨을 찾고, 온갖 시련이 닥쳐도 삶의 존엄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인생을 꾸려가다  보면 활짝 핀 꽃과 마주할 그날이 오리라 믿는다. 진흙탕 속에 
뿌리내리고 있지만 물에 젖거나 더러워지지 않고 마침내 아름다운 꽃을 피운 모네의 수련처럼.  -  209p
 

모리츠 폰 슈빈트 < 이른 아침> 1858년
새해에는 환기력이 있다. 모든 것을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 힘든 일은 깡그리 잊어버리고 좋은 일만 생각 할 수 있는 긍정. 지친 몸과 마음을 초기화해서 원래의 상태로 복구하는 시스템. 그러니까 삶을 단번에 회복시키는 무량한 에너지가 있다.      세상의 첫 아침 중에서   214p    -

존 라베리 <플로리다의 겨울 > 1927년
버킷리스트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목록을 쓰고 이를 실천해가는 과정이다. 기록해야 실현될 수 있으므로. 종이에 쓰는 순간 바람은 현실이 된다.
    버킷리스트 중에서  215p   -  

렉스 위슬러 <근위보병 군복을 입은 자화상 >  1940년
'아르 드 비브르'라는 말이 있다. 프랑스인들의 생활 철학을 나타낸 말로 그대로 직역하면 ' 삶의 예술'이다. 즉 삶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 최고의 예술품은 저마다의 삶이니 말이다. 한 사람의 삶이 그 어떤 예술보다 아름다울 수 있다.

지치지 않고 멀리 가기 위해서는 조금 거리를 두고 힘을 빼는 것, 이를테면 건강한 체념이 필요하다. 적당한 수용없이 인간이 온전하기란 불가능하며, 때론 단념이야말고 삶의 유용한 지혜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건강한 체념이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      건강한 체념 중에서  278p 

존 프레더릭 루이스 <낮잠>  1876년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어지간한 슬픔은 견딜 수 있다. 제때 식사하고 틈틈이 산책하고 알맞게 일하고 적당히 잠을 자면 대부분의 문제는 사라진다. 복잡한 정신은 단순한 일상으로부터 해소되며 구칙적인 생활만이 삶을 수호한다. 이것이 내가 신뢰하는 일상의 기적이다.     일상의 기적 중에서  254p   -

김환기는 자신의 에세이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에서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라고, "별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다"고 술회했다. 그의 <우주>가 수많은 별을 담고 있듯이 그의 마음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별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을 테다. 별처럼 빛났던 그의 꿈, 노력, 땀, 열정, 그리고 생의 시간들, 별을 사랑하는 사람은 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서  261p   

세르게이 비노그라도프 < 햇살>  1913년
날마다 크고 작은 행복이 찾아오지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린 것은 아닌지, 나는 진짜로 일상의 기쁨을 향유하며 살고 있는지.    화려하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나의 집, 삶은 이미 반짝이고 있다.   사랑스런 나의 집 중에서  269p  -

빈센트 반 고흐 <꽃 피는 아몬드 나무>  1890년 
고흐는 사랑하는 동생 테오의 아들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해 아몬드 나무가 하늘로 뻗어 나가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아몬드는 봄의 전령으로 일찍 꽃을 피우는 나무이기에 그것으로 상징되는 생명력을 탄생의 환희로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해는 그의 생애 마지막 봄이 되었다.
이렇듯 모든 그림은 사적이다. 필연적으로 개별성을 지닌다. 
......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나만이 알고 나만이 느끼며 나만이 기억하는 나만의 이야기. 그 내용은 가지각색이겠지만 저마다 사적인 영역을 지키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와 세상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길이므로.   
에필로그 중에서  27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