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또 못 버린 물건들 - 은희경 산문 -

아라모 2024. 6. 21. 18:33

 

 

다시 와인 잔으로 돌아와 계속해서 무리한 주장을 이어가자면, 불편함을 자청하는 순간 우리는 합리적 매뉴얼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실용과 보편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가성비를 따지며 살 수밖에 없지만 어쩌다 불필요한 선택을 할 때 그것은 실용성과 효율이 아닌 다양성의 문제가 되며.....또 그렇게 되면, 모두가 알다시피 다양성 앞에서 옳고 그름은 당연히 성립되지 않으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한지 아닌지로 나누기 십상인데, 그 윗단계에는 '그냥'이라는 경지가 있다,고 주장해본다          -  221p

사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고 각자의 환경과 조건, 기질에 따라 누구나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완고함, 그걸 깨닫고도 합리화해버리는 이기주의와 안이함은 타인에 대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     -  2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