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짧은소설 -

아라모 2024. 1. 25. 20:20

 

 

하지만 상준에게는 그 어린 고양이를 데려와 먹여가며 키웠던 기억이 있었고 버릴 생각은 초호도 없었지만 어느날 열린 문틈으로 나가는 고양이를 부르지 않았다. 그저 밖으로 나가는 고양이의 등 돌림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상준이 찾으러 나갔을 때 고양이는 영영 사라지고 없었다. 전단지를 붙이고 관리실에 안내방송을 부탁하면서도 상준은 문득문득 자신이 고양이를 잃어서 슬프고 괴롭다는 것을 연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가 보는 사람이 있어서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여야 해서 하는 연기였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어쩌면 상준은 자신이 주현에게 그 고양이 같은 존재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애정과 애착이 사라졌지만  이미 규정된 관계가 있어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싶은 존재.
  -  207p  오직 그 소년과 소녀만이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