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그건 중학생들에게서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아야만 했던 섬 주민들의 일이기도 했다.
인터뷰 속에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치부를 숨김없이 드러냈고,
어떤 사람은 이제 와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엇 하겠느냐며 입을 다물었다.
자연을 닮아 인생의 나날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비와 눈과 바람 같은 일들이 느닷없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그들은 그럴듯한 이야기를 짜려는 소설가나
숨겨진 의미를 알아내 불가해한 것들을 상징으로 만들려는 시인처럼 자신의 인생사를 설명했다.
그건 손유미씨도 마찬가지였다.
정현은 손유미씨의 인터뷰를 읽으며 그녀가 맞닥뜨린, 거대한 푸른 벽과 같은 바다의 의미를 이해했고,
그녀가 그바다 너머의 삶으로 나아갔음을 알게됐다.
그녀는 중학생들에게 그 초월을 ‘세컨드 윈드’하는 체육 용어로 설명하고 있었다.
세켄드윈드
요약: 운동하는 중에 고통이 줄어들고 운동을 계속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상태.
제2차 정상상태라고도 한다..
운동초반에는 호흡곤란, 가슴통증, 두통 등 고통으로 인해 운동을 중지하고 싶은 느낌이 드는데
이 시점을 사점이라고 한다.
이 사점이 지나면 고통이 줄어들고 호흡이 순조로우며 운동을 계속할 의욕이 생기는데
이 상태를 세컨드 윈드라고 한다.
- 45p 난주의 바다 앞에서 중
“글세. 난 세상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해.
지금 슬퍼서 우는 사람에게도. 우리는 모든 걸 이야기로 만들 수 있으니까.
이야기 덕분에 만물은 끊없이 진화하고 있어. 하지만 난 비관주의자야.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비관주의가 도움이 돼. 비관적이지 않으면 굳이 기걸 이야기로 남길 필요가 없을 테니까.
이야기로 우리가 새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인생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이걸 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이 있어. 그게 나의 믿음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것도 자주.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아무리 세찬 모래 폭풍이라고 할지라도 지나간다는 것을 믿는,
버스안의 고개 숙인 인도 사람들처럼.
그건 그 책을 읽기 전부터 너무나 잘 아는 이야기였어.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도 책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그분들은 왜 그렇게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할까? 나는 왜 같은 이야기를 읽고 또 읽을까?
그러다가 문득 알게 된거야. 그 이유를.“
“이유가 뭔데?”
“언젠가 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이 되기 때문이지.”
- 120~121p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에서
“나의 삶이 나의 삶으로 끝난다면야 이 인생은 탄생이라는 절정에서 시작해
차츰 죽음이라는 암흑 속으로 몰락하는 과정이 되겠지.
사실, 인생에 그런 일면이 없지는 않아.
육체에 고립된 삶이 바로 그렇지. 과학이 발달해 새 몸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다면 비관 같은 건 없을 거야.
하지만 육체를 가진 우리는 필멸하지. 늙어서 몸이 삐걱대고 병에 걸리면 그 사실을 확실히 알게 돼.
그러니 늙은 몸의 비관주의는 피할 길이 없어.
하지만 인간에게는 또한 정신의 삶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들려줬던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민의 차이가 생각나는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230~231p 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 중에서
“정신의 삶은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멀어지는 고독의 삶을 뜻하지.
개별성에서 멀어진 뒤에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우리의 정신은 얼마간 서로 겹쳐져 있다는 거야.
시간적으로도 겹쳐지고, 공간적으로도 겹쳐지지.
그렇기 때문에 육체의 삶이 끝나고 난 뒤에도 정신의 삶은 조금 더 지속된다네.
우리가 육체로 팔십 년을 산다면, 정신으로는 과거로 팔십 년, 미래로 팔십 년을 더 살 수 있다네.
그러므로 우리 정신의 삶은 이백사십 년에 걸쳐 이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이백사십 년을 경험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미래를 낙관할 수밖에 없을 거야.”
- 2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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