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한때 소중했던 것들 - 이기주 산문집

아라모 2020. 1. 27. 12:51

 

지금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지난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이다.

 

어느 날 파도처럼 불쑥 내게 밀려운 것은,

마음 안에서 퇴적과 침식 작용을 일으킨뒤

어느 날 홀연히 떠나가곤 했다.

 

소중한 사람이나 존재는

우리 곁을 떠날때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소중한 무엇인가를 내게 남겨둔 채 떠나거나

내게서 소중한 무언가를 떼어내 가져간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정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이유가 필요하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눈물의 효능

 

눈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글쎄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살다보면 눈앞이 눈물로 가려져야 비로소 보이는 고통과 슬픔이 있다.

눈동자에 눈물이 괼 때 겨우 들여다볼 수 있는 실상이 있다.

그리고 어떤 눈물은 우리를 웅크리게 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자라게 한다.

그런 눈물은 어떻게든 한 방향으로 사람을 길러내고 만다.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

 

취향은 저마다 다르다. 더욱이 그것은 단기간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녹아서 사람의 마음과 몸에스미는 것이다.

취향은 '영혼의 풍향계' 이자 인간 그 자체다.

타인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은 한 개인을 알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는 광고 문구에 불과하다.

사랑한다면 묻고 답해가면서 서로의 취향과 기호를 헤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랑한다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면, 우린 더욱 그래야 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