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말과 글은 머리에만 남겨지는 게 아닙니다
가슴에도 새겨집니다
마음 깊숙이 꽃힌 언어는 지지않는 꽃입니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가.
사랑의 본질은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을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높아진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지는 이른바 다언증이 도질 때면
경북 예천군에 있는 언총言塚이라는 말 무덤을 떠 올린다.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음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대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 쪽 걱정이 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함부고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른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 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이 실언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기주야, 인생은 말이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어찌 보면 간단해.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세요.
이곳을 청소해주시는분들,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여기에는 몇가지 설이 있다.
어떤 학자는 사랑이 살다活의 명사형일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할 사思와 헤아림을 의미하는 한자 量을 조합한 '사랑'에서
사랑이 유래했다는 설을 가장 선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을 하면 상대에 대한 생각을 감히 떨칠 수 없다.
상대의 모든 것을 탐험하려 듣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상대는 하나의세계, 하나의 우주, 하나의 시대이므로....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몇몇 언어학자는 사람, 사랑, 삶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같
은 본류를 만나게 된다고 주장한다.
세 단어 모두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했다는 것이다
"단어의 바다는 끝없이 넓어요.
사전은 그 너른 바다에 떠 있는 한 척의 배입니다.
인간은 사전이라는 배로바다를 건너고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해줄 말을 찾습니다.
그것은 유일한 단어를 발견하는 기적입니다.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광대한 바다를 건너려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사전,
그것이 바로 '대도해' 입니다."
영화 '행복한 사전'.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배를 엮다-
난 이 영화를 보다가 이 대목에서 '단어의 바다'를
'인생의 바다'로 바꾸어 읽어도 충분히 말이될 것 같았다.
어머니와 자식의만 남은 단순한 생물학적 조우일 리 없다
어쩌면 어머니란 존재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우리에게,
신이 선사하는 천 번째
기적인지도 모른다.
참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게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여행은 도시와 시간을 이어주는 일이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답고 철학적인 여행은 그렇게 머무는 사이
생겨나는 틈이다 -- 폴 발레리 -
이들의 이야기처럼, 우린 목적지에 닿을 때보다 지나치는 길목에서 더 소중한 것을 얻곤한다.
어쩌면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도착'이 아니라 '과정'인지 모른다.
사람을 보는 '눈' 이란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
"여기 너의 장점을 써 보자" -학생부 선생- 너처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그러면 안된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 봄꽃은 진한 향기를 폴폴 내뿜으며 벌과 나비와 상춘객을 유혹한다.
향기의 매력은 퍼짐에있다. 향기로운 꽃 내음은 바람에 실려 백 리까지 퍼져 나간다.
그래서 화향백리라 한다.
깊이 있는 사람은 묵직한 향기를 남긴다.
가까이 있을 때는 모른다. 향기의 주인이 곁을 떠날 즈음 그 사람만의 향기, 인향이 밀려온다
사람 향기는 그리움과 같아서 만 리를 가고도 남는다.
그래서 인향만리라 한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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