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

저승사자

아라모 2011. 4. 27. 00:07

 

                 [초상집에 나타난 저승사자]

 

얼마 전 자주 들어가 보는 골프동호회의 회원 한 분이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이 동호회가 만드는 오프라인 모임에는 자주 가지 못하지만 회원들이 올리는 글마다 정성어린 따듯한 댓글을 달아주면서 정을 나누던 분이 상을 당했다는데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동호회에 공지사항으로 하기는 좀 그래서 안면이 있는 회원 몇 분에게 닉네임인 “오리 궁딩이” 이름으로 전화를 때려 문상을 하기로 한 회원들을 병원 앞에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들어갔는데 갑갑한 일이 생겼네요....

 

"쩌-어그, ‘맨날 보기’님,  ‘오락가락’님 실명이 머-시다요?"

"오-잉?"

그렇네요. 인터넷에서 닉네임으로만 알고 지냈지 상을 당한 “오락가락”님의 실명을 알지 못하니 여러 개의 빈소 중 몇 호실로 가야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오락가락님에게 전화를 해서 알게 된 빈소를 찾아갔습니다.

워낙 인품이 좋은 분이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시는 분이라 문상객이 음식을 마련한 방실은 물론, 복도까지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부의금을 접수하는 사람도 여러 명이 되고, 문상객들이 줄을 서서 접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다시 난처한 일이 생겼네요......

 

 

부의금은 각자 봉투에 넣고 동호회의 이름 옆에 실명을 써서 접수를 하였는데 부의금을 받아 든 사람이 옆에 있는 방명록에 이름을 써달라네요....

히야, 이거 어떻게 한다?

상주 오락가락님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상주는 보이지 않는군요....

제기랄, 실명으로 쓰자니 상주가 알아보지도 못할 것 같아 생각 끝에 할 수 없이 동호회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오리 궁딩이”

뒤에 있는 회원도 제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합니다.

“맨날 보기만”

접수하던 청년이 저와 맨날 보기만님을 아래위로 한 번씩 훑어봅니다.

 

뒤에 온 다른 회원들도 방명록에 닉네임을 계속 씁니다.

그 다음 회원의 닉네임은 “DG게 팬다”였습니다.

방명록을 쳐다보던 청년이 초상집이라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피식 웃습니다.

닉네임을 적는 우리도 민망하여 빨리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름을 적지 못한 뒤에 있는 “에헤라 디야” 회원님에게 빨리 좀 쓰라 독촉하지만, 이 회원님은 머뭇거립니다.

 

“에헤라 D야님, 빨리 쓰고 갑C다. 쪽팔려 죽깠CO.”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초상집에 “에헤라 D야”라고 쓸 수 있습니까?

망설이던 이 회원님은 다른 회원들보다 작은 글씨로 조그맣게 “에헤라 D야”라고 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회원이 줄에서 벗어나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줄행랑치는 그를 보고, 저를 비롯한 다른 회원들은 얼른 자리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큰 소리로 그를 불렀습니다.

 

“아니 ‘저승사자’님 어디 가세요?”

“...............”

숨을 죽이고 웃음을 참던 주변사람들이 모두 그만 입을 열고 푸하하 웃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결국 우리는 상주도 만나보지 못한채 장례식장을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이런 되-N-장!

--------

위 이야기는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를 제가 조금 각색을 한 것입니다.

우리 생활의 의사소통방법에 온라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위와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오프라인 상의 나”와 “온라인 상의 나”

두 모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두 인격이 일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허상의 나를 만들어놓고 힘들어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5늘E 올들어 제1 춥고, 한강물도 O랜만에 얼었다GO?

하G만, 벌써 해가 길어G고 있으니

2제 다C 봄2 돌아오겠GO?

여러분, 모두 힘내C고

따듯한 봄을 함께 기다리CGO?

('09. 1. 12. 최영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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