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과 행복의 예술 - 알랭 드 보통 -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우리는 디자인 앞에 취약한 존재다. 주변 환경은 우리 자신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기분과 생각을 실체화시키고, 또 나중에 이를 상기시키는 데 일정 부분 공헌한다. 우리는 건물과 사물들이 일종의 심리적 주형처럼 우리의 바람직한 자화상을 지탱해주리라 기대한다. 행복하고 선량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위에 훌륭한 가치를 전해주는 물건들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 벽지, 벤치, 그림, 거리로 하여금 행복의 가능성을 말하게 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아름답다’고 일컫는 것들은 결코 태만하거나 부도덕하거나 방종한 ‘매혹’을 지닌 것들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사랑,신뢰,지성,친절함,정의 같은 좋은 가치들을 우리에게 넌지시 깨우쳐줄 수 있다. 미(美)는 선(善)의 물질적 형태라고까지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꽃이나 미적으로 뛰어난 의자, 혹은 자기 그릇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 그 안에 도덕적 성질과 매우 유사한 특징이 있으며, 이것이 시각을 통해 우리 내면에서 그 도덕적 성질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 현대사회에서 공예의 목적은 무엇인가 12p -
미적 난제 가운데 하나를 생각해보자. 왜 우리는 이런 취미를 갖고 있을까? 왜 우리는 특정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거나 반대로 불쾌함을 느끼는가? 이 문제를 해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상’이론이다. 우리는 모두 내적으로 약간씩 균형을 잃었고, 그래서 내면의 부족함을 채워주겠다고 약속하는 스타일에 마음이 끌리게 된다.
예술작품은 우리의 성격에서 실종된 부분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 31p -
오늘날 우리는 자연을 아주 많이 사랑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연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서가 아니라, 버림받은 자연이 우리의 경제체재로 인해 파괴되고 있다는 데 있다. 자연 그대로의 산과 시내, 꽃과 나무에 열광하는 마음은 방치와 소홀에 대한 보상심리이자, 우리가 자연과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ndfl가 예술과 문화에 표현된 자연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우리 자신의 삶과 환경에서 자연과 접촉할 방도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역설을 가든하다는 자신들의 전시에서 유희적으로 다룬다. 그들의 작품은 자연에 대한 갈망을 일으키는 동시에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상기시켜준다. 우리는 자연과 마치 수줍은 연애를 하듯,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그 사랑하는 사람을 살해하고 있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범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 64p -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우리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세계관으로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극히 미미하고, 완전히 사라져도 무탈한 존재들이다. 우리가 없어도 세계는 전과 똑같이 굴러갈 것이다. 때로 자신의 눈으로 스스로를 낮추어 바라보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그때 우리가 하는 일이 대단히,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절박하고 불안한(그리고 매우 정상적인) 느낌이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축소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다. 이는 사랑의 행위다.
- 140p -
성숙하고 분별있는 사람은 코의 생김새나 탈모현상을 한탄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욕실의 거울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이 지구에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왜 나는 이런 모습을 지녀야만 하는가? 외모 때문에 불행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염승일의 작품은 도움이 된다. 작가도 알고 있듯이 우리가 외모에 신경을 쓰는 데에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모든 사람이 외모로 우리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외모가 최초의 반응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외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종류의 지혜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인간의 얼굴을 항해하는 기술이다.
- 152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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