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스크랩] 누군가를 사랑하는것은!

아라모 2010. 7. 8. 23:08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의 '결점들',

한 여인의 변덕과 연약함에도 애착을 갖는다.

그녀의 얼굴에 있는 주름살과 기미,

오래 입은 헤진 옷과 삐딱한 걸음걸이 등이

모든 아름다움보다 더 지속적이고 가차없이 그를 묶어놓는다.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그런가?

감각들이 머릿속에 둥지를 틀고 있지 않다는,

다시 말해 창문과 구름, 나무가 우리 두뇌 속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보고 감각하는 장소에 깃들고 있는 것이라는 학설이 옳다면,

사랑하는 여인을 바라보는 순간 우린 우리 자신이 바깥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는 고통스럽게 긴장되고 구속되어 있다.

우리 눈을 못 뜨게 하면서 감각은 한무리의 새떼처럼

그 여인의 눈부심 속에서 펄럭이며 날아 오른다.

잎이 무성한 나무에서 숨을 곳을 찾는 새들처럼.

그렇게 저 감각들은 안전하게 자신을 숨길수 있는 그늘진 주름속으로,

매력없는 행동과 사랑받는 육체의 드러나지 않는 흠들 속으로 달아나는 것이다.

그 곁을 지나가는 그 누구도 이 결점들,

이 흠들 속에 덧없는 사랑에의 동요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김연수 -

 

젊은 작가의 사랑론이 자못 예사롭지 않았어요.

서평이 좋고 무슨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부러 시간을 투자해 읽어 봤는데....

공감이 가는 글귀이죠!


출처 : 양둘회포럼
글쓴이 : 아라모(정경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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