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스크랩] 하루의 힘

아라모 2010. 7. 8. 23:05

 

 

'블룸스데이'를 아시나요?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는 매년 6월 16일을 '블룸스데이'라고 부르며 축제를 벌린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의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이름을 딴 '블룸스데이'엔 블룸이 거닐던 길을 따라 걷거나 그가 먹은 음식을 똑같이 먹는 이벤트가 펼친다. 그리고 더블린의 공영방송에선 아예 아침부터 30시간에 걸쳐 [율리시즈]를 낭독한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면 참으로 별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율리시즈]가 1904년 6월 16일 오전 8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2시 반까지하루가 채 안되는 19시간여 동안 아일랜드의 더블린을무대로 일어난 일들을 장장 800여쪽에 25만여 단어로 담아낸 것임을 감지하는 순간 ' 블룸스데이'의 비밀 아닌 비밀이 풀리기 시작한다.

사실 말이 800여쪽이지 그것은 영어 원본의 경우이고 [율리시즈]의 우리말 번역본은 해설을 포함해1300여 쪽이 넘는다. 어마어마한 분량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단하루, 아니 19시간이 채 안되는 시간 동안의 일을 묘사한 것이라니! [율리시즈]를 보노라면 하루, 즉 24시간=1440분=86400초가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것들의 은밀한 압축이요, 함축인가 하는 것을 새삼 깨닫고 경탄하게 된다.

더구나 [율리시즈]에 묘사된 그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한평생의 숙제요, 존재할 이유이며 삶 그 자체가 되기도 했다는  사실 앞에선 묘한 전율마저 느끼게 된다. 김종건 전 교려대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시절 원어 강독시간에 [율리시즈]를 만나 자신의 평생을 그것의 번역을 위해 바쳤다.

1968년 국내 최초로 [율리시즈]를 번역한 김교수는 20년후인 88년 다시 개정번역을 냈고, 또 한해 모자란 2007년 세번째 번역본을 내 놓았다. 팽생 고치고 도 고친 것이다.

어찌 보면 그는 자신의 평생을 소설 [율리시즈]에 묘사된 하루와 고스란히 맞바꾼 셈이다. 그 하루도 채 안되는 시간 동안의 일을 우리말로 옮기기 위해 각고의 노력으로 평생을 바친 것이다. 물론 노 교수의 학문적 투혼도 무서울 정도지만 25만 단어 이상의 사연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가 뽑아낼수 있는 하루의 힘, 그 하루의 저력은 무섭다 못해 위대하지 않는가.

그래서 하루가 아까운 것이다. 퇴게 이황과 더불어 사단칠정 논쟁을 펼쳤던 것으로 유명한 고승 기대승의 13대 후손인 기세훈 변호사의 고택 사랑채 당호는 다름 아닌 '애일당'이다.  애일당이라...하루를 사랑하는 집? 아니다. 애일당 툇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시간 가는 것이 너무 아쉬울 만큼 좋다.  결국 '애일당'은 그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하루가 그저 지나가는 것이 아깝고 아쉽다는 함의가 깃든 집이 아닐까.

 

하루가 지나는 것을 아깝게만 생각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아까운 하루를 최고의 하루, 위대한 하루로 만드는 일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루즈벨트 여사가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어제는 역사, 내일은 미스테리, 오늘은 선물!" 그렇다. 어제는 역사고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오늘은 분명 선물이다.  그 선물인 오늘 하루를 최고로 만드는 것! 그것이 오늘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이다.

                                    - 정진홍의  소프트파워 -

 

 얼마나 많은 하루 하루들을 헛되이 넘겨 버리고 살고있는지......

 '하루는 위대함의 함축'이라는 글쓴이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 글을 옮김니다.

 그리고 노 교수님의 정성과 투혼을 생각하며 애써 외면했던 [율리시즈]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출처 : 양둘회포럼
글쓴이 : 아라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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