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천개의 공감 -김형경의 심리치유에세이

아라모 2018. 6. 12. 14:05

천 개의 공감



중년 이후의 삶을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첫번째 덕목

'자기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일'입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앤소니 기든스는 '자기만의 서사 쓰기'를 권합니다.

공동체가 제시해주지 못하는 삶의 틀을 저마다의 내면에서 발견하고,

그 틀에 맞는 자기만의 사랑의 서사, 삶의 서사를 써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자기 개념과 생의 비전이 형성되고,

이상을 간직한 채 현실원칙을 수용하는

자기 정체성이 재정립됩니다.


두번째 과제는 '삶의 목표를 수정하는 일'입니다.

생애 초기에 우리가 설정한 삶의 목표는 그 시기의 결핍감이 반영된 것들입니다.

이제는 새롭게 형성된 정체성에 맞춰 삶의 목표를 수정해야합니다.

하던 일을 계속해서 더욱 전문성을 쌓으면서, 내면의 목표를 수정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사업을 해서 멋진 사옥을 짓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 사업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소명을 완수하고, 자신을 성장시키고, 진정한 자기실현을 이루는 삶에 대해 기억해야 합니다.


세번째 과제는 '천복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근대 이후 이성, 논리, 과학, 기술, 물질만능주의를 표방하면서

감성, 직관, 신, 신비주의, 그리고 자연을 잃었습니다.

그것은 신화와 이야기를 잃었다는 뜻이며, 삶의 가장 밑바탕의 토대, 바팀목이 되는

정신적 지주, 그것을 보며 길을 찾던 별을 잃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속도와 문명에 이끌려가며 '진정한 삶'으로부터 유리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생은 어딘가 다른 곳에 존재한다고 여기면서 항상적인 상실감에 시달립니다.

바로 그것, 잃어버린 진정한 삶을 되찾는 방법은 천복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천복이란 우리가 억압하고 외면해온 감성, 직관, 신비주의의 영역에 속하는 덕목입니다.

우리가 이번 생에서 타고나는 소명, 그것을 완수할 역량과 자질, 운명에 내재된 비밀,

생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등의 의미가 포괄된 단어입니다.

유학파 정신분석학의 세례를 받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제시한 개념을 

번역과정에서 이윤기 선생께서  '천복'이라는 멋진 단어를 골라냈습니다.

조셉 캠벨은 우리 생의 본래적 소명이나 가치에 닿으려면 

'너의 천복을 따르라(Follow your bliss)' 고 제안합니다.


네번째 덕목은 '공동체에 회향하기'입니다.

우리가 천복을 타고나는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유익하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세계는 서로 다른 소명과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이끌어가는 거대한 유기체이기 때문입니다.

회향하기야말로 우리 삶의 진정한 목표에 닿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한 다음, 결국은 그것을 세상에 되돌려주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지혜든, 물질이든 간에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재산의 사회 환원이나 장기 기증 서약은 숭고해 보입니다.


마지막 항목은 '죽음을 기억하기'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돌아간다'고 표현합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어딘가로부터 왔으며,

죽음을 통해 다시 그곳으로 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의 나라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서방정토나 언어도단의 자리라고 하고,

도교에서는 지자불언의 무엇이라고 표현합니다.

피안이라고도 하고, 일념 미생전의 소식이라고도 하는 어떤 곳이 이 세상 너머,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다고 합니다.

죽음을 완전한 소멸이 아니라 어딘가로 돌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불멸의

개념을 떠올리게 됩니다.

유전자를 후대에 남겨 영원히 산다는 생물학적 의미보다는, 우리 영혼이 어딘가에서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사는 동안 죽음을 기억해야 하며,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유서쓰기, 장례식장에서 듣고 싶은 추도사 써보기, 자녀들과 이웃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 등이 잘 죽기 위해 권유되는 실천법입니다.


죽음을 기억하고 있으면 삶을 가볍고 단출하게 영위하게 됩니다.

죽음을 기억하면 타인에게 몹쓸 짓을 하거나,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죽음을 기억하고 있으면 소명을 완수하고 회향하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의 내면에는 천복을 지닌 원형으로서의 존재가 깃들어 있습니다

그 존재는 교양, 윤리, 사회화, 문명화 등의 장치에 의해 무수히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를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시킬 때

내면의 진정한 자기, 폭발하는 에너지, 무한한 평온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슴에 새길 책 속의 한마디]

정신분석학은 한마디로

'사랑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위한 학문'입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싫은 점은 바로 나 자신의 내면입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우리의 스승이고 자산입니다


모두 다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은, 그리고 타인은,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그대로

우리를 대접합니다


가장 좋은 부모는 가장 좋은 친구입니다.


결혼의 가장 좋은 조건은

'혼자 살아도 괜챦다'고 느낄 때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의 삶에는 '최고'가 없습니다


세상은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뉘는 곳이 아니라,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모든 인간은 얼룩덜룩하고 울퉁불퉁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불안하고 부족한 존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