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부자로 사는 것

아라모 2010. 9. 23. 22:17

‘부자학 전도사’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
부자들의 돈 버는 습관을 배워라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라.” 유대인의 지혜를 집대성한 탈무드에 나오는 말이다. 부자 가까이에서 부자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지켜보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국내에서 ‘부자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가르치는 일을 해온 사람이 있다.
한동철(51)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그다.
 
 

한동철 교수가 가르치는 ‘부자학’ 강좌는 서울여대 인기강좌다.

12월3일 서울여대 연구실에서 만난 한동철 교수는 노타이에, 부스스한 머리, 소매를 걷어 올린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VIP마케팅을 전공했고, 부자학을 연구하는 경영학과 교수’다운 세련된 느낌을 주지 않았다.

 

그는 2004년 ‘부자학’을 들고 나오면서 대학 강의, 저술, 강연 등을 통해 부자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쳐왔다. 이 때문에 ‘부자학 전도사’로도 불린다. 부자라는 개념은 상대적이다.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와 컨설팅 회사인 캡제미니는 매년 전세계 부자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메릴린치는 부자를 주택과 소비재 등을 제외하고 100만달러(약 11억6000만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로 규정했다.

 

사실 이 같은 분류 기준에 포함되는 부자가 몇 명인지는 정확히 알기가 힘들다. 보고서는 2009년 한국에 이 조건을 갖춘 부자가 10만5000명이라고 추산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46만명으로 1위이며, 일본 136만명, 독일 81만명, 중국 36만4000명, 영국 36만2000명, 프랑스 34만6000명 순이었다. 한 교수는 인터뷰에 앞서 부자를 ‘총 재산 30억~50억원, 현금성 자산 10억원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다고 밝혔다.

 

▼ 그런 부자가 한국에 몇 명이 있나요. 그리고 어떤 사람인가요.

“사실 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알 수 없어요. 우리는 여러 가지 근거를 바탕으로 추정만 할 뿐이지요. 저희는 여기에 해당하는 부자가 약 25만명 있다고 봐요. 그동안 부자를 여럿 만나봤는데 경험적으로 이야기하면 학력은 생각보다 높지가 않아요. 이 중 80~90%는 고졸 이하입니다.

 

그리고 상속 재산으로 부자가 된 분보다는 자수성가한 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서울의 경우 강북에 집에 있다면 사업체를 3개 정도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여기에 해당하지요. 강남에 살고 있다면 고급 아파트에 살고, 상가를 가지고 있으며, 상당한 현찰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 아마 부자에 대한 ‘감’이 올 겁니다.”

 

큰 부자라도 현금 부자는 많지 않다. 한 교수가 기자에게 “한국에 현금 100억원을 가지고 있는 부자가 얼마나 될까요”라고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현금 100억원을 가진 분은 500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봐요. 기업 오너 중에서도 개인재산으로 현금 50억원 이상을 가진 분은 많지 않아요. 이른바 ‘회장님’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진 성북동으로 이사 가서 은행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현금 50억 이상을 가진 사람이 딱 2명뿐이라고 합니다.”

 

부자 이야기를 하다보니 한 교수가 갑자기 부자학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 이유를 물었다.

“사실 저는 오래전부터 부자 고객을 상대로 하는 VIP마케팅 공부를 했습니다. 미국에 유학 갔을 때에도 이 주제를 공부했고, 귀국해서도 관심 분야가 이 분야이다보니 국내 기업과 이런 주제의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여대에서 학생들이 돈 때문에 때론 힘들어하고 상처 입는 것을 보면서 ‘부자’를 주제로 강의를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부자 되세요’라는 카드회사 광고가 화제가 됐고, 학교에서 신선한 과목을 개설하라는 주문이 들어와서 ‘부자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강의를 처음 개설할 때 한 교수는 고민도 많이 했다고 한다. 기독교계통 대학에서 ‘부자학’ 강의를 하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고, 일부 부모들은 강의에 거부감을 느끼고 “절대 부자학 강의를 듣지 말라”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

 

히트 강의로 떠오른 ‘부자학’

그런데 2004년 1학기 때 개설된 ‘부자학’은 서울여대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무려 350명이 수강신청을 한 것이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강의실이 꽉 찼어요. 당시는 변변한 교재도 없는 상태고, 성적을 어떻게 매길지도 큰 고민이었어요.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정말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부자의 실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됐다’는 평가를 해줬고, 이후 부자학이 서울여대를 넘어서서 전국의 대학으로 퍼졌습니다. 기업이나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의도 많이 늘어 제가 무척 바빠졌습니다.”

 

한동철 교수 부자학 강의의 또 다른 성공요소는 강의를 듣는 모든 학생이 직접 부자를 만나고 인터뷰한 뒤 강의 중간에 발표하도록 한 것이었다. 학생들이 만난 다양한 ‘한국 부자’의 사례는 한국에서 부자학이 학문적으로도 발전하는 데 중요한 밑받침이 될 풍부한 데이터를 공급했다. 그런데 부자들이 학생들의 인터뷰 요청에 선뜻 응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 교수님 강의를 듣는 학생이 350명에 달하는데 부자 인터뷰를 하는 데 문제가 없나요.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제는 큰 문제가 없어요. 제가 2004년 3월에 이 강의를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인터뷰를 한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부자에게 재산규모를 물어보지 말 것’ 등 주의사항을 알려줬어요. 그랬더니 인터뷰를 해오는 학생이 늘었어요. 불가능이란 없어요. 용기를 내면 다 할 수 있어요. 요즘 학생들은 부모의 친구, 혹은 아르바이트하는 업체의 사장 등 어떻게든 부자 인터뷰를 해 와요.”

 

한 교수에게 ‘부자 유전자’가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동석한 박형문 녹십초 한방병원 이사장이 그 문제에 대해 흥미로운 견해가 있다고 소개해줬다. 다음은 박 이사장이 생각하는 ‘부자 유전자’다.

 

“부자가 되는 유전인자는 반드시 존재한다. 부자의 8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 된다고 믿는다. 부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존심을 누르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어머니에게서 이것을 배웠다. 부자는 긍정적이며 남 탓을 하지 않는다. 직원이나 주변사람에게 ‘부자가 되는 비결’을 몇 차례나 알려줘도 이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부자 유전인자가 있다고 믿게 됐다. 머리가 좋다고 부자가 되는 게 아니다. 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다. 부자는 항상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하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다.”

 

부자 되기 1법칙, “구두쇠가 돼라”

▼ 한 교수는 부자를 여럿 만났는데 어떤 사람이 부자던가요.

“부자들의 일생은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어요. 처음은 절약이에요. 둘째는 그 절약을 바탕으로 자금을 마련한 다음 개성과 열정을 합해서 뭔가 사업을 벌이거나 투자를 해요. 그렇게 해서 부를 이루면 종교단체나 사회단체를 통해 봉사하는 경향이 강해요.”

 

▼ 요즘 같은 시기에 절약을 통해 부자가 된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아니에요. 절약은 기본이에요. 투자할 종자돈을 마련하기 위해 절약은 필수조건입니다. 저는 소득의 10%만 쓰는 사람도 여럿 봤어요. 한 달 수입이 400만~500만원인데 40만~50만원으로 살아가는 겁니다. 이런 부자도 있어요. 지상 7층, 지하 2층짜리 빌딩 소유주가 있어요. 그런데 이 사람이 한 달에 7만원만 써요. 찜질방도 들어선 건물이었는데 월 소득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부자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7만원을 가지고 사느냐. 이분은 집이 빌딩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데,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매일 걸어서 출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점심 저녁은 무조건 자신 소유인 찜질방에서 해결해요. 이렇게 살다보니 나중에는 7만원을 다 쓸 필요가 없어 한 달에 4만원을 쓰고 나머지 3만원은 적금을 들었대요. 이게 부자의 기본입니다.”

 

본인이 워낙 부자를 많이 만나는데다가 그동안 강의를 들은 학생들의 부자 인터뷰 자료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한 교수는 부자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줄줄 꿰고 있었다.

 

“최근 ‘부자학연구학회’가 상을 준 분이 있어요. 80세가 넘으신 이 분은 자기 소유 사업체가 5개가 넘는데 그중 한 개를 처분한 뒤 대학과 단체에 기부하셨어요. 그분을 만나 점심을 함께했는데 롯데백화점 전단지를 잘게 잘라서 그 뒤쪽에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감동받았어요.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선 처음에는 극도의 절약을 통해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해요. 오늘도 ‘부자학’ 마지막 강의가 있었어요. 어떤 학생이 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을 인터뷰했는데 막노동을 하면서 하루에 달걀 하나 먹고 버티면서 종자돈을 마련했다는 내용을 발표했어요. 이 사람은 음식점을 하면서 좋은 양념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에 100가지 양념을 만들어봤다고 합니다.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된 사람은 절약이라는 개념을 잘 몰라요. 반면 자수성가한 부자를 관통하는 특징은 절약입니다.”

탈무드에 보면 ‘부자가 되려면 부자 줄에 서라’는 대목이 있다. 실제로 기자가 사업이나 주식 혹은 부동산 투자로 성공한 부자를 만나보면 ‘무엇보다 돈을 벌어본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점을 알면서도 평범한 사람이 성공한 부자와 친하게 돼서, ‘부자 노하우’를 배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부자를 만나야 부자 된다

▼ ‘부자가 아닌 사람’이 부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닌가요.

“노력하면 돼요. 부자가 전 국민의 2%라면 100명 중 2명은 부자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람을 찾아가서 배우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앉아서 부자 욕만 합니다. 부자와 만나려는 노력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장사가 잘되는 돼지갈비집에서 돼지갈비 몇 인분 더 주문한 다음 사장과 사귀면 됩니다. 이번에 제 강의를 들은 학생 두 명이 건국대 뒤편 곱창집 주인이 부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후 5시에 손님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곱창 2인분과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사장님을 인터뷰하겠다고 했더니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장이 ‘부자에게 밥을 네 번 사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해서, 결국 곱창 2인분을 더 주문한 뒤 사장에게 돈을 번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사장도 곱창을 함께 먹었다고 합니다. 오후 6시 반이 되니깐 손님이 물밀 듯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결국 이 두 학생은 곱창을 사주고 사장에게 부자가 되는 비결을 배운 거예요.”

 

한 교수는 갑자기 화제를 돌려 기자에게 부자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앞으로 부자 100명을 인터뷰하면 그중 50명과 친해질 수 있고, 그중에서도 10명과는 가끔 만날 정도로 친분을 유지한다면 부자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한동철 교수는 열정적인 성격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인지 말이 점점 빨라지고 문장이 ‘좌충우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중에 기사로 정리하는 데 좀 힘들었다. 아마 이런 성격 때문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자학’이라는 미답지를 간 것인지도 모른다.

 

 

▼ ‘절약’ 외에 부자가 되기 위한 덕목으로 또 뭐가 있을까요.

“‘무모한 용기’입니다. 독한 사람이 부자가 됩니다. 부자뿐만 아니라 크게 성공하려면 무모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대통령을 보세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모두 정말로 독한 사람입니다. 아마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김연아 선수도 그럴 겁니다. 성취한 사람은 모두 독종이에요. 우리 학생이 부자 인터뷰를 위해 어머니 친구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자 아주머니가 경희대 음악당에서 만나자고 하더래요.

 

집에서 보온병에 물을 담아온 아주머니랑 가래떡 2000원어치를 사서 함께 먹었다고 합니다. 이 분이 종자돈을 마련한 사연은 더욱 기가 막힙니다. 1970년대 정말 가난했는데 중동 건설 붐이 일자 남편을 중동에 가서 돈 벌게 하고 자신도 일을 시작해서 돈을 벌었대요. 그리고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자기가 살던 집은 월세를 놓고, 시어머니와 살았다고 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그의 ‘부자학’ 강의는 현재 서울여대에서 인기 있는 강의 중 하나다. 서울여대생의 약 40%가 졸업할 때까지 한 번은 그의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까.

 

재학 중 8000만원 번 학생

한동철 교수.

“저는 믿음이 있어요. 제 ‘부자학’ 강의를 들은 학생이 10년이 지나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저는 잘못 가르친 것이겠지요. 부자학 강의를 통해 학생도 변하고, 저도 많이 배웠고 변했습니다.

 

지방출신 학생이 있었는데 졸업하기 전에 8000만원을 모았어요. 학교에서 근로장학금도 받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성신여대 앞에서 머리띠를 팔아서 모두 8000만원을 벌었답니다. 생활비, 등록금을 제외하고 번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취입니다.”

 

▼ 요즘 재테크 강좌가 많습니다. 한 교수가 하고 있는 부자학 강좌와 재테크 강좌는 어떻게 다른가요.

 

“재테크는 부자가 되는 과정만 가르쳐줍니다. 그런데 부자는 두 가지 과정을 거쳐요. 부자가 되는 과정, 그리고 부자로 사는 과정입니다. 부자학은 이 두 가지를 다 가르쳐요. 100% 깨끗하고 순수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은 부자가 절대 될 수 없어요. 신기술을 개발해 벤처기업을 일궈서 큰돈을 벌었으면 100% 깨끗하게 돈을 벌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아마 그 회사가 1등이 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경쟁자가 망했을 겁니다. 그래서 부자학은 부자로 살아가는 과정도 가르칩니다. 얼마 전에 아나운서 출신으로 재벌가로 시집간 노현정씨가 미국에 가서 출산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자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언젠가 우리 학생이 인터뷰한 부자가 있었는데 사업체를 5개나 가지고 있었대요. 그런데 이 부자는 매일 저녁 소주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것이 과연 행복일까요? 부자가 된 다음 부자로 살아가는 방법을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해요.”

 

 

마음이 가난한 한국인

▼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기를 갈망하지요.

“그럼요. 대부분이 그렇지요. 그런데 부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인 것이기도 해요. 그런데 한국 사람은 마음이 가난한 경우가 많아요. 항상 돈을 잘 버는 다른 사람만 쳐다보면서 배 아프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연봉 1억원인 월급쟁이는 7만명쯤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자에 대한 기준을 1년에 ‘모든 가족 구성원이 버는 가구 소득이 1억원인 가구’로 하면 꼭 이루지 못할 목표도 아니에요. 소득이 많건 적건 부부가 무조건 맞벌이를 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고, 씀씀이도 확 줄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을 월세 놓고 주거비가 낮은 곳으로 이사 가면 가구소득 1억원에 도전할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하지 않지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도 전에 좋은 차부터 사려고 합니다.”

 

▼ 사회적 계층이동성(social mobilit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은 어떤가요. 부자가 아닌 집에서 태어나 부자 되기가 어려워지고 있나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지금 한국의 부자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부자가 아닌 사람이 부자 되기가 힘들어요. 사실 경제가 발전할수록 계층이동성은 떨어지는 게 정상적인 과정이에요. 그런데 저는 얼마 전에 재미있는 조사결과를 봤어요. 사실 빈부 격차는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커요. 계층이동성도 떨어지지요.

 

그런데 계층이동에 대한 자신감은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훨씬 높게 나왔어요. 이유는 미국은 목표소득을 자신의 소득집단 바로 위로 상정하고 있지만, 한국은 모두가 이건희 회장을 지향해요. 1인당 소득이 4만달러인 미국인은 7만달러가 목표이지만 소득이 2만달러인 한국인은 100만달러가 목표예요.”

 

그는 절약하지 않으면서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풍조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이런 이야기도 했다.

“요즘 빚이 너무 많아요. 개인채무가 4000만원이 있는 사람이 30억원을 벌려고 하는 것은 문제예요. 그런 사람이 30억원을 벌 확률은 0.001% 미만이에요. 여행사를 운영하는 어떤 부자는 ‘부자가 돼서 뭐가 행복하냐’는 질문에 ‘일주일에 외식을 한 번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대요. 강의할 때 이런 이야기를 소개했더니 학생들이 막 웃어요.”

 

한 교수는 새해 2010년 1월부터 100명 정도를 선발해 부자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부자학연구학회’가 주도하는 프로그램으로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 희망자를 모집한 뒤 부자학연구학회 회원들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조언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벌써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부자학과 관련된 객관식 자격시험도 치르고, 의무적으로 3건의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등 선발과정이 특이한 편이다. 신청자를 경제적으로 직접 지원하지는 않으며, 부자가 되는 노하우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부자 만들기에 나설 예정이다.

 

한 교수가 부자학을 들고 나온 지 벌써 6년. 부자학이 한 교수에게 경제적인 도움이 됐을까.

 

“사람들은 ‘한 교수가 부자학을 열심히 했으니 대단한 부자가 됐겠다’는 말을 해요. 그런데 제가 부자학을 통해 직접 큰돈을 벌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서 부자가 되는 법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교수가 사업을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2009년 7월부터 부자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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