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 작가 이기주의 사랑과 인생 엔솔로지.
세상사는 관계 속에서 흘러간다.
사람은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사람의 품을 벗어날 수 없다.
사람은 오직 사람을 통해서만 사람 너머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특히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이 내 일상에 침입해 시간을 훔쳐 달아나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이라는 감정과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시간을 공유하는 관계 중 -
부모는 참 그렇다. 아침저녁으로 밥을 차려주고, 자신의 꿈을 덜어 자식의 꿈을 불려주고,
밖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돈을 벌어다 주고, 그렇게 늘 줬는데도 자식이 커서 뭔가 해드리려 하면
매번 "미안하다"고 말한다.
단지 받는게 미안해서가 아닐 것이다.
더 주고 싶지만 주지 못하니까, 그래서 부모는, 자식을 향해
"미안하다"고 입을 여는 게 아닐까. - 89p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러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사랑은,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중에서 -
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말의 생성과 소멸의 본질이 그러한지 모른다.
폐에서 올라온 공기는 목구멍과 혀끝을 따라 걷다가 입술이 오므라들고 닫히는 사이를 틈타
밖으로 새어나온다. 내가 빨아들인 공기와 내 안에서 생긴 묘한 파동과 공명이 곧
내 음성으로 태어나는 셈이다.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을,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를,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뽀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 - 79p
바다 海에는 어미 모母가 스며 있다.
어머니는 바다를 닮았다.
자식이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머니의 마음은 깊고도 따뜻하다.
그 품에 안기면 어른도 아이가 된다.
어머니의 사랑은 맹목적이다. 자신의 삶이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매번 자식을 보듬는다.
심장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도
어머니는 끝내 자식을 용서한다.
제아무리 짙은 어둠 속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은 어둠을 찢고 빛을 향해 나아간다.
- 96p
극지의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누이트처럼 화를 조용히 발산하거나 다스리지 못한채 살아간다.
외부로 분출하지 못한 화를 안으로 차곡차곡 모으며 지내다가 자기보다 만만해 보이는 사람에게
한꺼번에 쏟아내곤 한다. 때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향해
폐수를 방류하듯이 말이다. 애처로운 일이다. - 99p
'글'이 동사 '긁다'에서 파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글쓰기는 긁고 새기는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주기도 한다. - 21p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발 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 54p
언젠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두 분이 한 발 한 밝 내듣는 걸음새가 꽤 묘하게 보였다.
난 유심히 지켜봤다.
키가 큰 할아버지가, 키가 작은 할머니가 두 걸음 정도 내딛는 모습을 확인한 뒤 찬찬히 한 걸음 내디뎠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미묘한 타이밍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 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별안간 나는 이런 생각에 휩싸였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 48p
거리에서 혹은 카페에서 "그냥....." 으로 시작하는 문장이 청아하게 들려올 때가 많다.
퇴근길에 부모는 "그냥 걸었다"는 말로 자식에게 전화를 걸고 연인들은 서로 "그냥 목소리 듣고 싶어서"라며
사랑을 전한다.
"그냥"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후자의 의미로 "그냥"이라고 입을 여는 순간
'그냥'은 정말이지 '그냥'이 아니다.
- 64p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울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관찰 = 관심'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궁금한 이유가 없으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외면하는 것이다 - (관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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