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LASIK, laser-assisted in situ keratomileusis)과 라섹(LASEK, Laser Epithelial Keratomileusis)으로 대변되는 시력교정술.
국내에서 시력 교정술을 받는 환자 수는 한해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라식은 미국에서는 1,1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거의 3,000만 명이 받고 있다. 그만큼 대중적인 수술이 됐다는 의미다(EyeNet Magazine, 2013년 9월 12일 자). 수술을 받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취업 전후로 시력교정술을 받고 있는데, 안경을 벗어 더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시력 교정술의 원리와 부작용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시력교정술이란 근시, 원시처럼 초점이 망막에 정확히 맺히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수술법을 말한다. 현재는 빛을 굴절시키는 각막의 일부를 절제해 교정하는 수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시력 교정술은 1950년대에 스페인 안과 의사 조세 바레큐어에 의해 초정밀각막절삭기(microkeratome)와 굴절교정각막형성술을 학계에 보고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장기적으로 각막을 일정 부분 잘라내었을 때도 안정적으로 시력을 유지하는지를 연구했다.
1970년대에 러시아 스뱌토슬라프 페도로프는 방사상 각막절개술(Radial keratotomy)을 개발해 시력을 교정했다. 방사상 각막 절개술이란 각막을 편평하게 하기 위해 각막의 모양을 변형시키는 수술이다. 이후 주변 조직에 열손상이 없는 자외선 엑시머 레이저가 발견되면서 각막수술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라식과 라섹은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해 각막을 깎는(절삭하는) 것이다. 그러나 똑같은 엑시머 레이저를 사용하지만 라식과 라섹은 몇가지 차이점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라식은 각막에 뚜껑을 만드는 수술이고 라섹은 뚜껑 없이 하는 수술이다. 이 뚜껑은 의학적으로 절편이라고 하는데, 이 절편이 있느냐 없느냐는 통증과 회복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절편이 있는 라식의 경우 통증이 현저히 적고 수술 거의 즉시 시력이 좋아진 것을 환자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반면 라섹은 통증이 심한 편이고 시력 회복에 수주일이 걸린다.
이런 설명만 들으면 ‘라식이 좋은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갖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라식의 경우 각막 뚜껑이 외상에 취약하다.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라식의 경우 각막확장증과 안구건조증도 라섹에 비해 좀 더 많이 발생한다.
우선 실명에 이를 수 있는 각막 확장증에 대해 알아보자. 각막확장증이란 시력 교정술로 각막 두께가 얇아져 안압을 견디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측면에서 보면 원추 모양이라고 해서 원추각막이라고도 부른다. 당연히 각막 두께가 일정부분 이하가 될 경우 발생가능성이 더 커진다. 표피만 제거하고 엑시머 레이저를 쏘는 라섹보다 절편을 만들어 덮는 라식의 경우 남아있는 각막 두께가 더 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발생빈도가 높다. 이런 이유로 안과학회에서는 잔여 각막 두께를 350u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로 정하고 있다. 건강한 성인의 각막 두께는 500~550um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을 지킨다고 해서 각막 확장증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데 있다. 그래서 수술 전에 각막의 구조적 모양을 감지해 미리 발생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파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검사를 각막 지형도 검사라고 한다. 최근에는 각막의 앞면뿐 아니라 후면부까지 입체적으로 검사해 각막 확장증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다.
안구 건조증도 라식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절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안구의 상태를 감지하는 신경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라섹 역시 수술로 인해 신경 손상을 입을 수 있어 안구 건조증이 생길 수도 있다지만 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안구 건조증 문제를 부각시키며 마치 라식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수술’처럼 보도하기도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대다수 안과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라식 수술 후 3~6개월 지나면 잘렸던 신경의 90%가 재생된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렌즈 사용자의 경우에는 렌즈로 인한 안구 건조증이 라식 수술 후 신경이 재생되면서 오히려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런 안과의사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객관적인 데이터도 있다. 2010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조사 결과 안구 건조 증상은 약 20%에서 수술 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고 응답했고, 2002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은 27.5%로 보고하고 있었다. 후자의 경우 수술 후 불만족을 이유로 소비자보호원에 항의했던 전화를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수치보다는 다소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 결론을 내리자면 안구건조증은 상당수에서 발생하긴 하지만 환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는 5명 중 1명인 셈이다.
최근에는 안내렌즈삽입술도 시력교정을 위해 많이 시행되고 있다. 특히 근시가 심하고 라식이나 라섹을 하기에 각막의 두께가 충분치 못할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술이다. 라식이나 라섹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단점이나 렌즈를 다시 제거할 경우 언제든지 원래의 시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또 야간 눈부심이나 각막 확장증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
눈에 렌즈를 넣는다고 해서 ‘실험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미 백내장 수술에서 렌즈를 삽입해 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오래된 수술법이다. 실제로 최초의 안내 렌즈 삽입은 1950년대에 스페인 안과의사 바레큐어에 의해 진행됐다. 이후 라식과 라섹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최근 다양한 재질의 개발되고 수술법이 발전되면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홍채 미란이나 각막내피세포의 감소 및 백내장 등의 문제들은 장기적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력 교정술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부작용을 반드시 동반하는 엄연한 수술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시력교정술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옛말에 ‘몸이 100냥이면 눈은 90냥’이라고 했다. 신체 중 눈 건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아무리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이라도 아주 신중하게 결정 내릴 필요가 있다. 또한 환자를 상대하는 병원에서도 환자가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충분한 검사를 실시하고, 상황에 맞는 설명을 해줘야 한다. 심각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는 수술이므로 빠른 회복, 저렴한 수술비와 같은 내용의 광고로 환자를 현혹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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