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그리드가 회자되면서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에너지저장시스템, ESS(Energy Storage System)다. 신재생 에너지는 스마트 그리드에서 중요하게 쓰이는데, ESS를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에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운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SS는 전력 인프라를 구성하는 요소이자, 스마트 그리드와 같은 차세대 전력망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SS는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영역, 생성된 전기를 이송하는 송배전 영역, 그리고 전달된 전기를 실제 사용하는 수용가(소비자) 영역에 모두 적용된다.
보통 필요 발전량은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최고 수요 시점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는데, ESS는 피크 수요 시점의 전력 부하를 조절해 발전 설비에 대한 과잉 투자를 막아준다. 그리고 ESS는 돌발적인 정전 시에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ESS는 태양광, 풍력, 조력, 파력 등 신재생 에너지 또는 소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수시로 전력망에 공급되거나 전기자동차 충전소 등에서 높은 출력으로 갑자기 전기가 소비될 때 유용하다. ESS는 전기의 불규칙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고 수시로 변화하는 주파수를 조정해 전력망의 신뢰도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ESS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에서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ESS 설치 확대는 세계적 추세
일본은 2011년 도후쿠 대지진 이후 원자력 발전의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전력 예비율을 높게 유지하고 비상 정전에 대비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으로 ESS를 적극 지원한 바가 있다. 특히 가정용 ESS의 보급으로 전력 공급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효과를 봤다. 다수의 ESS업체와 건설사는 주택 구매 시 안정적인 전력 수급 차원에서 10kW급 미만의 ESS를 빌트인(built-in) 방식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미국은 이미 전력 계통형 대형 ESS와 주거용 ESS를 대상으로 다수의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인데, 효과가 검증된 영역을 중심으로 ESS의 구체적인 수준까지 제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는 2010년 9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인 ‘캘리포니아 에너지저장 법안(AB 2514)’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 주의 전력회사들은 2024년까지 1.3GW의 ESS를 설치 완료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지식경제부에서 ‘에너지저장 기술 개발 및 산업화 전략 K-ESS 2020’을 마련해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총 6.4조 원 규모의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촉진법을 통해 2022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발표하면서 ESS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리튬전지를 채택한 ESS 보급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3년에는 보급화 사업에서 165억 원을 지원해 총 12MWh의 ESS를 설치했다. 또, 향후 ESS 설치량 증가에 대비해 각종 제도, 안전 규격 및 지원책이 논의되는 한편, 국내 사업화 및 수출 확대에 필요한 ESS용 리튬 이차전지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험 평가 인증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추진되고 있다.
■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
우리나라는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서 ESS도 함께 실증했다. 한국은 2009년 7월 G8 선진 8개국 확대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와 함께 스마트 그리드 선도국으로 지정됐고, 그해 12월 ‘MEF기후변화 주요국 회의 스마트그리드 로드맵’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확정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은 제주도 구좌읍 일대에서 2009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42개월간 진행됐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 및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전력망을 지능화 ‧ 고도화함으로써 고품질의 전력서비스를 제공하고 에너지 이용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전력망이다. 우리나라는 스마트 그리드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저탄소 녹색성장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스마트 그리드를 반도체, IT의 뒤를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했다.
ESS는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사업에서 여러 분야에 관여됐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전략계획팀 손종천 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ESS는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출력의 안정화에 기여합니다. 즉 ESS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출력을 평준화하는 것이죠. 그리고 송전 및 배전 단에 대용량 ESS가 들어가면 안정적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또한 ESS는 각 빌딩, 가정에도 접목할 수 있으며, 값싼 심야 전력을 저장했다가 낮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에는 풍력 보조용으로 35kW~1MW ESS가 다수 설치됐으며, 충전소 보조용으로 150kWh ESS가 운영됐다. 또 3kW~30kW급의 많은 ESS가 부하 평준화용, 피크 컷용으로 설치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ESS는 전력 수요의 피크를 이동시키거나 신재생에너지처럼 출력이 변동하는 발전의 출력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유럽은 2020년까지 출력이 전체의 20%까지 변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중앙집중식과 분산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두 경우 모두 ESS의 역할이 크다. 중앙집중식의 경우 강원도 산악지대 풍력단지, 서해안 해상 풍력단지처럼 수십 MW의 발전소급 출력을 내는데, ESS가 발전과 송전 부문에 관여한다.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은 마이크로그리드처럼 태양광 설비, 소형 풍력 설비 등이 설치돼 수십 kW, 많아야 수 MW의 출력을 내며, ESS가 배전과 수용가 부문에 걸쳐 있다.
■ ESS의 미래, 그리고 확산사업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확산 사업은 에너지 소비 컨설팅, 전력 재판매, 수요 반응, 수요 측 발전자원 전력 거래(수용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 풍력발전기, ESS 등), 전기차 기반 가상발전소 운영, 전기차 급 ‧ 완속 충전, 전기차 이동 충전, 전기차 대여, 신재생에너지 출력 안정화 및 품질 개선이라는 9개 실증사업 모델에 따라 예비사업자가 선정됐다. 2013년 10월 정부는 포스코ICT, 짐코, 현대오토에버, 현대중공업, KT, LS산전, 한국전력, SK텔레콤이 각각 주도하는 8개 컨소시엄을 예비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다. 현재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확산 사업의 투자가 완료되는 시점인 2017년 기준으로 대상 지역에서 약 4억 758만kWh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며, 약 18만 7000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어느 확산 사업에서나 ESS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ESS는 차세대 스마트 그리드에서도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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