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잘 생각해보세요.
내가 듣기 좋은 말만 하거나 당신에 대해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솔직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난 나에게 대해서만 솔직해요.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싸운 적이 있거나 내가 한 말 때문에 당신이 열 받은 적이 있었는지.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린 친구예요.
좋아해서 그런 겁니다.
[친구]
누굴 만나러 갈 때 신이 나지?
그 사람이 바로 친구다.
[그대]
활짝 핀 꽃 앞에
남은 운명이
시드는 것밖엔 없다 한들
그렇다고
피어나길 주저하겠는가.
[나의 사랑했던 게으른 날들]
그렇게 열심히 살지도 않았고
많은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니었지만
바라는 게 많지 않았으므로
마음을 평화로울 수 있었던,
가진 것 없어도 별로 쫓기지 않고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초조함도 없었던
돌아가라면 돌아갈 용기는 없어도
그리운 것은 분명한
그때.
나의 사랑했던 게으른 날들.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결속]
진정으로 굳은 결속은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이가 아니라
침묵이 불편하지 않은 사이를 말한다.
[사람]
한 명의 사람을 만나는 일은
한 권의 책을 읽거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일과도 같다.
누구든
얼굴에는 살아온 세월이 담기고
모습과 말투, 행동거지로 지금을 알 수 있으니
누군가를 마주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일생을 대하는 것과 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미련]
사람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하나둘 포기해야 하는 것이 그만큼 늘어남을 뜻하고
결국엔 그렇게 커져가는 빈자리를 감당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의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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