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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말을 위한 기도

아라모 2010. 7. 8. 23:02

 

 

 

          제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중략..............

 

          살아 있는 동안 제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도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 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제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제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러 내뱉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하고

          좀 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제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다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감사한 마음으로  제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서 이어가게 하소서

                                     -  이해인

 

          점 점 수다스러워지는 중년의 아줌마상을

          스스로 느끼면서

          오늘 문득 이 시를 다시 읽습니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선 먼저 침묵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걸 ........

출처 : 양둘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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