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 박완서 에세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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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는 속담 중에서 이 속담만은 쓸 만한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똥을 피하는 건 더러워서일 뿐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말은 자신에 대한 변명은 될지 몰라도 여럿이 더불어 사는 이 세상에
대해선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다. 너도 나도 똥을 피하기만 하면 이 세상은 똥통이 되어 버릴 것이 아닌가.
똥은 피할 게 아니라 먼저 본 사람이 치우는게 수다.
인간답게 사는 길도 나만 인간답게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인간답지 못하다.
이웃이 까닭 없이 인간다움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나만은 오래오래 인간다움을 지키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인간 이하의 어리석음이다 - 130p 특혜보다는 당신의 권리를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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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예쁘다. 특히 내 아들은.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제일 예쁜 건 아이들다운 애다. 그다음은 공부 잘하는 애지만 약은 애는 싫다 . 차라리 우직하길 바란다.
활발한 건 좋지만 되바라진 애 또한 싫다.
특히 교육은 따로 못 시켰지만 애들이 자라면서 자연히 음악. 미술. 문학 같은 걸 이해하고 거기 깊은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커서 만일 부자가 되더라도 자기가 속한 사회의 일반적인 수준에 자기 새활을 조화시킬 양식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부자가 못 되더라도 검소한 생활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되 인색하지는 않기를. 아는 것이 많되 아는 것이 코끝에 걸려
있지 않고 내부에 안정되어 있기를. 무던하기를. 멋쟁이기를 . - 380p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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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깊이 사랑하는 모자 모녀끼리의 눈치로, 어느 날 내가 문득 길에서 어느 여인이 안고 가는 들국화 비슷한 홑겹의
가련한 보랏빛 국화를 속으로 몹시 탐내다가 집으로 돌아와 본즉 바로 내 딸이 엄마를 드리고파 샀다면서 똑같은 꽃을
내 방에 꽂아 놓고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그 런 신비한 소망의 닮음, 소망의 냄새 맡기로 내 애들이 그렇게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다 - 381p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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