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여백 - 도종환 -

아라모 2013. 11. 22. 23:40

 

 

 

여백

   - 도종환 -

 

 

언덕 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 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