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아라모 2012. 8. 15. 00:00

 

그건 사랑이었네

 

 

주자학파


내가 절대로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하는 모습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왕년에는'을 말머리 삼아 옛날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사람, 자기 생각과 경험이 세상 전부이고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다.

나이 들수록 자신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니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기 경험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인 양 절대화, 일반화하는 것은 정말 들어줄 수가 없다.

나는 특별히 이 점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세계오지여행과 긴급구호 활동 자체가 매우 특별하고도 드문 경험이므로 그것을 절대화하거나 일반화할 소지가 너무나 다분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자기 손에 있는 것을 쥐고만 있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움켜쥐고 베풀지 못하는 사람은 추하고 초라하여 딱해보인다. 명색이 월드비젼 구호팀장이었는데, 그렇게 나이 들면 절대로 안된다.

그래서 난 '주자학파'가 될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든 돈이든 시간이든 에너지든 기꺼이, 아낌없이 나눠'주자'는 주자학파. 내가 생각해도 멋진 이름이다. 이 일을 어떻게 즐겁게 할것인지는 좀 더 고민해볼 생각이다.


* [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p39